"홍콩에 있는 중국계 은행 한 곳은 300여 명의 직원 두고 있지만, 홍콩인 직원은 50명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믿지 않아요."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이 점거한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 부근에서 만난 홍콩성시대 학생 팀 팡(20)은 중국 당국에 불만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옆에서 종이로 시위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만들던 S·K·H케이 하우 세컨더리스쿨(중고교) 학생 로렌스 청(17)은 "중국은 홍콩의 공기업이나 사회복지단체 직원들에게 돈을 주거나 협박을 해서 관제 시위에 나가도록 했고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까지 동원했다"며 "영국 식민지하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며 분개했다.
14일째 지속하고 있는 도심 점거 시위의 도화선은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간 동맹 휴업을 벌인 24개 대학 학생들이다.
나흘 뒤 중·고등학생들이 동맹 휴업에 가담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심화하자 급기야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지난달 28일 도심 점거 시위를 개시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기를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반환둥이'들이다.
이들은 3년 뒤 있을 행정장관 선거에서 후보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완전한 보통선거'를 구호로 외치지만, 안으로는 중국의 차별에 대한 불만과 중국화 되어 가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2014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를 기록한 홍콩대를 졸업해 현지 은행에 취업하더라도 초봉은 연간 20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700만원에 불과하다.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은행원 초봉이 한국 신입행원 초봉(약 4천만원)의 70%에도 못 미친다.
이나마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 출신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겨우 취업할 수 있고 취업하더라도 탄력적인 고용시장 탓에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처지다.
신입직원의 급여는 중국 반환 이후 찔끔 오르는데 그쳤지만, 중국 부유층의 홍콩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집값 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홍콩 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홍콩 정부 통계처에 따르면 소득 기준 홍콩의 지니계수는 2006년 0.533으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0.537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한 것을 의미한다.
국제 부동산업체 새빌스(Savills)는 보고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의 주택가격은 기록적인 저금리와 급속한 경제 성장, 중국인 구매자들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08년 이후 작년까지 2배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데모그라피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홍콩의 평균 집값은 연평균 근로자 소득의 14.9배에 달해 홍콩의 주택 구매력이 세계에서 가장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도시들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홍콩의 중국 내 위상이 약화하는 것도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역전당했으며 조만간 광저우(廣州)시에도 역전당할 처지에 놓였다.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는 연초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 "홍콩은 아직 중국 투자자본의 유입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지만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은 국제화하고 있어 홍콩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2020년까지 홍콩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제도'(一國一制) 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보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경제에 관한 글을 주로 써온 작가 조 스터드웰은 7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1989년 이후 중국 공산당이 도시 빈민을 위한 정부 지출을 늘리고 2000년대에는 지방 빈민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제공했지만, 홍콩 정부는 경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며 시위대에는 시위의 초점을 재벌 독점에 맞출 것을, 중국 정부에는 홍콩 경제의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을 조언했다.
(연합뉴스)
홍콩시위대 '보통선거' 외치지만 '문제는 경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