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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중지란에 빠진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파일] 자중지란에 빠진 평창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사업이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2011년 7월 유치에 성공한지 3년3개월이나 지났지만 개회식과 폐회식 장소를 어디로 할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어떻게 건설하지를 아직 최종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강 경기장도 환경 훼손 논란 때문에 지난달에야 겨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1분1초가 아까운 마당에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세월한 셈입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개회식과 폐회식 장소입니다. 지난달 2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양호 평창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고위급 간담회에서 정부는 개·폐회식장을 당초 계획됐던 평창 횡계리 고원훈련장에서 강릉 종합운동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2018 성공개최 평창군 위원회, 평창군 의회, 평창군 번영회 등 지역 사회단체들은 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개·폐회식을 평창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올림픽 관련 모든 사업을 강력히 저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국무회의에서 올림픽 개·폐막식장 변경 안건이 상정되거나 추진되면 올림픽을 반납함은 물론 인적 자원 지원을 중단하고, 올림픽 관련 사업을 강력하게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횡계리 고원훈련장에는 4-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와 여러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빈 공터에 완전히 새로 짓기 때문에 개폐회식에서 화려하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인근 부지가 넓어 대규모의 올림픽 플라자를 건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의 1천억원 가까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 활용하는 방안도 여의치 않습니다. 날씨도 약점으로 꼽힙니다. 개폐회식은 한파가 몰아치는 2월에 열리는데 이곳 기온이 영하 10도쯤 될 것으로 예상돼 참석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니다. 결국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개폐회장이었던 피쉬트 스타디움처럼 돔으로 지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추가 부담이 예상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부 즉 문화체육관광부는 강릉에서 개폐회식을 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준비 비용의 75%를 부담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약 2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면 개폐회식을 치르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500m 거리 안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들어서는 것도 장점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궁도장을 올림픽 플라자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소 200-3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겨울 날씨도 평창보다 훨씬 따뜻하고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문체부는 평창 주민들이 개폐회식장 장소 이전에 동의해주면 평창에 국가대표 동계 훈련지와 한체대 분교를 건설해주겠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문체부의 제안이 나름 합리성이 있지만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릅니다. 첫째 이유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헌장 34조에 따르면 “개회식과 폐회식은 반드시 'host city'에서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The Opening and Closing Ceremonies must take place in the host city itself.) 'host city'는 평창이지 강릉이 아닙니다. 만약 강릉에서 개폐회식이 열린다면 이는 ‘강릉 올림픽’이지 ‘평창 올림픽’이 아닙니다.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기를 인수한 개최 도시로서 상징성이 있는데다 역대 올림픽에서 개최 도시가 아닌 곳에서 개·폐회식이 열린 사례는 없습니다. 또 궁도장 부지가 협소해 올림픽 플라자로 쓸 수 없고 부대시설 설치도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비용 절감 문제도 면밀히 계산해봐야 하는데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보다 더 큰 문제는 평창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입니다. 평창 주민들은 "정부는 지역 분열 조장과 각종 대회준비 지연 등을 중단해 평창올림픽이 국가와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지원하라"며 "이러한 사항들이 관철되지 않으면 오는 14일 개최 예정인 2018 성공개최 다짐대회를 올림픽 반대 및 반납 궐기대회로 변경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강원도도 정부의 개·폐회식장 변경 제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미 기본계획 용역을 마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상태여서 다시 장소가 변경되면 혼란이 극심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정부는 오는 13일 제2차 고위급 간담회를 열고 개폐회식 장소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각계각층의 국민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일때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개최지 주민들조차도 올림픽을 반대하는 상황이라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겨우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평창의 최근 행태는 아시안게임을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인천보다 훨씬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의 세 축인 문체부, 평창조직위, 강원도의 현명한 판단과 유기적 협조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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