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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합작영화 감독의 고충…"키스신 두고 옥신각신"

공개적인 '남녀 스킨십'에 대해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영화가 제작된다면 키스장면의 '수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북한이 영국·벨기에와 합작해 만든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Comrade Kim Goes Flying)'를 연출한 영국 니컬러스 보너 감독이 로맨스 연출을 위해 겪은 고충을 뒤늦게 털어놨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일(현지시간 ) 보도했습니다.

보너 감독은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공개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북한 영화 관련 세미나에서 "영화를 만들기 전 사랑을 묘사한 장면을 위해 북한 측과 싸워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세미나는 USC 한국학연구소(KSI)가 지난달 6일부터 이틀간 개최한 '한국 영화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열렸습니다.

그는 북측 영화 촬영소 감독과 제작자가 "조선의 영화에는 맞지 않다"며 남녀가 손을 잡거나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수정하거나 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보너 감독과 북한의 김광훈 감독, 벨기에 안자 델르망 감독이 2012년 공동 제작한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한 여성 탄광 노동자가 평양교예단 곡예사의 꿈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편집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상영돼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제작에 앞서 북측 관계자들과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키스신 등 일부 장면에서 합의에 난항을 겪어 영화 완성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들어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평양 시내를 걷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 종종 공개되고 있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남녀 간 '스킨십'은 당국의 통제 탓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너 감독은 "북한 당국이 이 영화를 얼마나 많은 주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상영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영화를 본 북한 주민들이 코믹한 장면을 보면서 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4만여명의 평양 주민이 관람했으며 개성 주민들도 일부 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RFA는 덧붙였습니다.

이 영화는 2012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관심을 끌었으며 작년 6월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보노 감독은 1966년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을 제작한 바 있으며,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광 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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