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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항' 슈틸리케호, 눈 앞보단 먼 뒤를 바라보다

'첫 출항' 슈틸리케호, 눈 앞보단 먼 뒤를 바라보다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이 눈 앞보단 먼 뒤를 바라보며 큰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성적 지상주의'와 '조급함'을 버리고 '기초공사'를 탄탄히 해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축구'를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슈틸리케호가 첫 출항 채비를 마쳤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은 1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라과이(60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나흘 뒤 14일엔 브라질 월드컵 8강 기적의 코스타리카(15위)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한국 축구엔 의미 있는 매우 중요한 2연전이다. 슈틸리케호가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슈틸리케 감독은 '빠르게 걷기' 보단 '느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급할 법도 하지만 절대 급하지 않았다. 파라과이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공식기자회견서도 그의 의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훈련의 주된 목표는 선수들의 의지와 사기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번 경기서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 축구는 세밀하게 분석하고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골킥부터 마무리 슈팅까지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분석해 이번 경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한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뜻이다. 과거 한국 축구가 고수했던 '조급함'과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현재 한국 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철학이다. 눈 앞보단 먼 뒤를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장기적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면서 "월드컵을 위해 호주로 관광하러 가는 게 아니다. 눈앞에 닥친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월드컵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선 아시안컵을 치른 뒤 월드컵을 준비하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말이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철학을 대변해준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때 21~23살이 되는 19세 이하 대표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이들이 몇 보이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각급 대표팀 경기 등을 유심히 지켜본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키워드는 수비 안정이다. 첫 훈련부터 앞 보단 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집을 지을 때 지붕을 먼저 짓지 않고 기초를 탄탄히 한 뒤 집을 올린다"며 축구를 집짓기에 비유했다. 그는 "'공격을 잘하면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한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을 실천하려고 한다"면서 "이번 선발 명단을 보면 공격 보단 수비에 집중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수비를 신뢰하고, 활약에 따라 보완할 것이다. 수비 안정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은 무실점이다"라며 수비 안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암시했다.

슈틸리케호의 첫 출항이 임박했다. 청운의 꿈을 안았다.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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