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ㅇㅋ''ㅇㅇ' 자음으로 의사소통…'자음' 전성시대

<앵커>

요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자 대화 모습입니다. 지읒, 기역, 이응, 디귿.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한글의 초성 자음만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게 한글 파괴일까요, 아니면 한글의 기능 확장일까요.

조지현 기자와 함께 생각해 보시죠.

<기자>

두 친구의 대화입니다.

[(ㅈㄱㅇㄷ) ㄱㄴㅈ (ㅃㄹㅇ) ㅈㅅ (ㅇㅋ) ㅇㅇ]

이런 표현이 낯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볼까요?

[(지금어디) 가는중 (빨리와) 죄송 (오키)]   

최근 휴대전화 메신저에서는 이런 줄임말이 흔히 쓰입니다.

[ㄱㄱ (고고), ㄴㄴ (노노), ㄷㄷ (덜덜), ㅂㅂ (바이바이)]

자음으로만 하는 의사소통입니다.

[심의현/서울 강북구 : 타자를 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이렇게 말하면 훨씬 간편하기도 하고.]

[심규민/경기 부천시 : 친밀감 같은 게 더 잘 느껴지고,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ㅋ와 ㅎ은 웃음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로, 대화의 윤활유이자 감정을 전달하는 중책을 맡습니다.

[우혜진/서울 관악구 : 알았어, 딱 끊으면 왠지 무뚝뚝해 보이는데 ㅋㅋ나 웃음표시 해주면 좀 더 부드러운.]

개수에 따라서, ㅋ 하나는 실소나 비웃음, ㅋㅋ 두 개는 예의상 웃어줄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 개는 매우 웃길 때 쓴다는, 일종의 규칙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글 학자들은 이렇게 자음만 쓸 수 있는 것 자체가 한글의 우수성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슬옹/한글학자 :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하나의 새로운 그림문자, 표정문자인것처럼 효과를 주는 것이죠. 그 다음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젊은세대의 표현의 욕망, 이런 것이 어울려서 독특한 표현 양식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한글은 초성 자음과 중성 모음, 종성 자음이 합쳐져 한 음절에 한 글자씩 씁니다.

영어도 일부 단어나 구절에 대해 음절의 첫소리를 따 줄임말을 쓰기는 하지만 한글은 글자의 첫 자음만 뽑아 쓰는 '규칙'을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에서 한글 첫소리만으로 쉽게 장소 검색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줄임말을 쓴 나머지 젊은 층의 한글 표현력이 떨어지고, 생각과 감정을 정교하게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또 소통'과 '배려'라는 한글 창제의 뜻에 맞게,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절히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상취재 : 박영철·공진구,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오세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