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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조작해 한의예과 합격…입학사정관제의 민낯

<앵커>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각종 대회 수상 기록이나 봉사활동 이력, 이른바 스펙이 일부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허위로 조작되고 있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를 걸러내야하는 대학은 이 조작된 스펙을 믿고 그대로 학생을 합격시켰습니다. 우려했던 입학사정관제도의 허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뉴스인 뉴스,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0년 11월에 열린 한 발표대회입니다.

고교생 김 모 군은 이곳에서 유창한 영어 발표로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상장은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다른 학생에게 돌아갔습니다.

담당 교사가 이 학생을 위해 김 군을 대신 발표시킨 겁니다.

백일장에서는 교사가 직접 쓴 시를 제출하게 해 금상을 받게 했고, 허위로 121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작성해줘 봉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시기에 국내 병원에서는 봉사활동을 영국에서는 체험활동을 한 황당한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모두 수험생을 위해 교사가 조작한 기록들이고 문제의 학생은 대학 한의예과에 입학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 : 학교에서 주관하는 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외부에서 받은 상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감사원은, 일부 지역 고등학교에서 200여 개의 학생부 기록이 교사 임의로 바뀌었고 90% 이상 비슷한 내용의 교사 추천서도 100건 넘게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서류를 마음대로 조작하는데,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라고 해서 모두를 걸러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난해 기준 수시에서 5명 중에 1명을 입학사정관이 뽑을 정도로 업무량은 많아졌지만, 정부지원을 받는 66개 대학의 입학사정관 618명 중에 57%에 이르는 352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입학사정관이 전문성을 갖추고 조작 서류를 잡아내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입니다.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입학사정관) 신분이 2년마다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성 부분이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경찰은 학생의 어머니가 서류를 조작해준 대가로 교사에게 2천5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두 사람 모두 사법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대학은 해당 학생에 대한 입학 자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공진구,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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