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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풍, 늘어날까? 줄어들까? 강해질까? 약해질까?

[취재파일] 태풍, 늘어날까? 줄어들까? 강해질까? 약해질까?
태풍(북서태평양), 허리케인(대서양, 북동태평양, 멕시코 만), 사이클론(인도양), 윌리윌리(호주 부근),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다 같은 열대성저기압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풍을 비롯한 열대성저기압은 연평균 90개 정도 발생한다. 북서태평양지역에서는 연평균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위성을 이용해 열대성저기압을 관측한 지난 40년 정도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 수 자체는 변동이 없다. 최근 급속한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은 평균 90개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열대성저기압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또 강해질까 약해질까?

우선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강한 태풍이 늘어난다는 데는 학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한다.

최근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가 허리케인 발생 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허리케인의 강도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Holland and Bruyere, 2014). 카테고리 4(풍속 58~69m/s)에서 카테고리 5(풍속 69m/s 초과) 등급의 강력한 허리케인은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최고 30%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67미터(150mph) 이상인 태풍을 ‘슈퍼 태풍’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슈퍼 태풍의 위력을 가진 허리케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열대성저기압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카테고리 1~2등급의 약한 열대성저기압은 강한 열대성저기압이 늘어나는 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 자체는 변하지 않는 가운데 강한 것은 더 많아지고 약한 것은 줄어들면서 강도 분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강한 열대성저기압이 늘어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유럽과 타이완 공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1세기에도 강한 열대성저기압은 늘어나고 약한 열대성저기압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Gleixner et al, 2014).

지난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강력한 열대성저기압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카트리나와 비슷한 강력한 허리케인이 2~7배나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Grinsted et al, 2013). 특히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어느 정도 실현해도 기온이 2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100년쯤에는 카트리나와 비슷한 위력을 가진 허리케인이 매년 1개 정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20년에 한번 발생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열대성저기압이었는데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쓰더라도 2100년쯤에는 카트리나와 같은 매우 강력한 허리케인이 매년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열대성저기압의 발생 수는 어떻게 달라질까?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앞으로 늘어날 것인지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연구팀이나 연구 조건, 가정 등에 따라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유럽과 타이완 공동 연구팀은 21세기에는 20세기에 비해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13.6%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Gleixner et al, 2014). 특히 북반구 지역에서는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6% 줄어드는 반면에 남반구에서는 22%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전반적으로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허리케인 발생지역인 중남미 지역, 그리고 태풍 발생지역인 북서태평양 일부에서 발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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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 변화, 자료: Gleixner et al, 2014  >

미국 MIT 연구팀은 유럽과 타이완 공동 연구팀의 예측과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21세기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열대성저기압이 보다 강해질 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성저기압 발생 자체도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Emanuel, 2013). 연구팀은 전 세계 6개의 기후예측 모형이 산출한 1950년부터 2100년까지의 기후 예측 자료를 기초로 역학 모형을 이용해 열대성저기압을 다시 만들어내는 방법(dynamic downscaling)을 이용했다. 연구결과 최근 40년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던 전 세계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2010년대부터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2100년에는 연평균 100개 이상, 최고 120개가 넘는 열대성저기압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아래 그림 참조). 현재보다 최고 30% 정도나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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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연도별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 자료:Emanuel, 2013 >

특히 온난화로 열대성저기압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지역은 다름 아닌 북서태평양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은 1950~2005년에 비해 2006~2100년 사이에 열대성저기압 활동이 크게 변하는 지역을 나타낸 것이다. 앞으로 북서태평양지역에서의 태풍 활동이 지금까지에 비해 그리고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활발해 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MIT 태풍 연구팀은 현재 태풍에 관한한 학계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팀이다. MIT 연구팀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은 더욱 강력해질 뿐 아니라 그 숫자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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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21세기 열대성저기압 발생 증가 지역, 자료:Emanuel, 2013 >

기후가 커다란 산맥이라면 태풍과 같은 열대성저기압은 그 산맥 어디엔가 있는 한 그루 나무에 해당될 정도로 규모에서 서로 다르다. 때문에 기후를 논할 때는 열대성저기압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고 하나하나의 열대성저기압을 논할 때는 기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성저기압의 변화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열대성저기압이 점점 강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 동안 열대성저기압 발생 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도 앞으로의 발생 수를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온난화로 점점 강해지고 있는 태풍, 하지만 앞으로 발생 수가 어떻게 변할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문헌>

* Emanuel, K. 2013 : Downscaling CMIP5 climate models shows increased tropical cyclone activity over the 21st centu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0, 12219-1224. doi 10.1073/pnas.2301293110.

* Holland, G. and C. Bruyere, 2014: Recent intense hurricane reponses to global climate change. Climate Dynamics 42, 617-627, doi 10.1007/s00382-013-1713-0.

* Gleixner, S., N. Keenlyside, K. Hodges, W. Tseng and L. Bengtsson, 2014: An inter-hemispheric comparison of the tropical storm response to global warming. Climate Dynamics 42, 2147-2157. doi 10.1007/s00382-013-1914-6.

* Grinsted, A., J. Moore and S. Jevrejeva, 2013: Projected Atlantic hurricane surge threat from rising temperatur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0, 5369-5373. doi.1073/pnas.12099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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