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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노믹스 민낯'을 폭로하는 그래프

아베노믹스 이후 수입물가와 실질소득

[월드리포트] '아베노믹스 민낯'을 폭로하는 그래프
1.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래프입니다. 아베노믹스의 민낯을 드러내는 수치들입니다.

그래프 상단의 우상향 곡선은 수입물가지수입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반면 그래프 하단의 실질임금과 실질가처분소득지수는 급격한 우하향 곡선입니다. 물가는 크게 오르는데 실질임금과 가처분소득, 즉 서민들의 삶의 질은 나빠졌다는 얘깁니다.

극단적 돈풀기, 엔저 등으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가, 수출 대기업에게는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베노믹스로 "폭넓은 아르바이트 기회만 늘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윱니다.

물론 반박 논리도 있습니다. 아베 수상이 국회 답변 등에서 자주 쓰는 자료로, GDP 그래프입니다.

                     < 일본 명목 GDP 추이 >
아베노믹스 관련 자
                      < 일본 실질 GDP 추이 >
아베노믹스 관련 자

2010~12년 민주당 정권 시절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아베 정권의 반박 논립니다. 

하지만 실질 GDP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2008년 9월 리먼 쇼크 이후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도 서서히 회복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잠시 주춤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 영향이 크죠. GDP 성장이 아베노믹스 덕분이라는 건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평가일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아베 정권은 디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을 되돌리는 게 급선무인 만큼 약간의(?) 부작용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가지수인 닛케이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떨어지기만 하던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았느냐며 뿌듯해 합니다.

수치로 드러난 아베노믹스는 대기업, 자산가들에게는 분명히 축제입니다. 어떤 계급·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가 정치의 본령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2. 그런데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달러-110엔 대에 육박하면서부터, 대기업 안에서도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엔저가 제조업 전체에 똑같은 플러스 효과만을 주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단적인 사례가 도시바와 소니입니다.

<도시바 소니 '엔저'와 '영업이익' >
취파
엔달러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도시바'와 '소니'의 영업이익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NAND 플레시 메모리가 주력 사업인 도시바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30억엔, 우리돈 30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구좁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죠.

반면 '소니'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 30억 엔이 날아갑니다. 소니가 수출하는 화상 센서의 가격혜택은 크지 않은데, 스마트폰 핵심부품 수입가격은 크게 오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소니가 영업이익 전망을 대규모 하향조정하고 상장이래 처음으로 '무배당'을 선언한 것도 이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3. 아베노믹스 격론장이 된 일본 상공회의소 총회

지난달 18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상공회의소 총회'에서도, 축사를 마친 아베총리가 떠나자마자 '아베노믹스와 엔저'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신일본제철 같은 대기업에서도 '엔저 속도'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원자재를 수입하기 때문이지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전한, 일본 기업들의 반응입니다.

108엔대는 "곤란한 수준은 아니다",
109엔대 후반은 "허용 가능한 마지노선",
110엔대가 넘어가면 "...." 생각하기도 싫다는 분위깁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만은 특히 중소기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의 '혜택'은 잘 느껴지지 않는데, 물가급증과 비용상승 같은 부담은 절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당분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엔저 원인이 중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일본은행의 극단적 양적완화가 '엔저'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强달러'가 '엔저'를 촉진하는 모양샙니다. 일본의 제로 금리를 감안하면, 엔을 팔고 달러를 사려는 경향은 더 커집니다.

게다가 일본 연기금이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엔저'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엔을 팔고 달러를 사려는 큰손이, 하나 더 생긴 거지요. 8월에 나온 전망은, 10월말쯤 '1달러-108엔'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더 가파르게 엔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4. 일본 야당은 '아베노믹스의 그늘', 서민과 중소기업, 지방 민심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민당 지지율의 1/4토막에 불과한 일본 민주당은, 앞서 소개한 '아베노믹스와 실질소득' 그래프를 들고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서민, 지방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아베 정권은 아직은 여유가 있어보입니다만,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비세 인상 문제입니다. 지난 4월 5%에서 8%로 한번 올렸는데, 내년 10월에 다시 8%에서 1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소비세가 오르면 그 자체 물가가 오르는 셈이지요. 아베노믹스의 그늘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에 근접하면서 일본 기업들도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은 '영업이익 극대화'를 외치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가 큰 에너지-소비재 기업들은 울상입니다. '아베노믹스의 명암'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극단적 돈풀기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언제, 어떤 조건에서 쓸 수 있고, 또 어느 국면까지 유효한 것인지,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도 비슷한 정책수단을 만지작거리고 있지요. 정부는 반드시 일본 상황을 참고하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단, 주권자인 국민이 묻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국민과 언론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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