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50)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세계 영화계에서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시베리아 출생으로 러시아연극예술대학(1984)을 졸업한 그는 39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리턴'(2003)으로 장편 데뷔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첫 작품부터 이른바 '잭폿'을 터뜨렸다.
두 번째 작품 '추방'(2007)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 장편 '엘레나'(2011)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네 번째 영화 '리바이어던'(2014)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제2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라고 불리는 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으로 찾았다.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라바이어던'을 들고서다. 지난 4일 부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 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리바이어던'은 한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다. 땅을 빼앗으려는 시장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하고, 절친한 친구와 아내의 바람을 견뎌야 하는, 안팎으로 고된 인물이다. 불행은 마치 그림자처럼 어딜 가나 그를 따라다닌다.
영화는 국가권력의 폭압을 그렸다는 점에서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개인의 시련을 다뤘다는 점에서 구약성서의 '욥기'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사건도 참조했다.
"주인공 니콜라이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라고 묻는 건 욥의 물음과 같아요.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건 니콜라이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비극입니다.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이 부당한 권력에 시달리는 건, 전 세계 사람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죠."
영화에서 시장 바딤은 경찰, 법조계 인사들과 함께 카르텔을 형성, 땅을 내놓지 않으려는 니콜라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한다. 그의 집무실에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시장의 집무실에 들어가면 푸틴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어떤 도시든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푸틴의 초상화를 배치하진 않았지만, 그런 초상화는 권력 위에 또 다른 권력이 있다는 걸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밀물이 빠져나간 바다, 해안가 절벽을 때리는 파도, 반쯤 잠긴 폐선, 개펄에서 거대한 뼈를 드러낸 고래 등의 이미지가 나온다.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을 전해준다.
"바람과 대기 등의 외적 조건을 통해 관객에게 정화되는 느낌을 주었으며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흰색 고래뼈는 500㎏이나 나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제작해 북쪽 촬영지로 2~3일에 걸쳐 옮겼죠."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감독으로 성장했지만, 사실 그는 오랜 기간 방황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나서 졸업 후 연기를 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모스크바로 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카메라 뒤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영화를 찍고 싶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망설이면서 시간을 허비했죠.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 소재를 토대로 만든 게 제 데뷔작 '리턴'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뜻하지 않는 귀향과 이를 받아들이는 두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턴'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데뷔와 함께 그는 제2의 타르코프스키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일단 이름이 안드레이로, 타르코프스키와 같다. 첫 데뷔작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점도 일치한다. 타르코프스키의 장편 데뷔작은 '이반의 어린시절'(1963)인데, '리턴'의 주인공 이름도 '이반'이다.
"젊었을 때, 타르코프스키와 비교되는 건 좋았어요. 그러나 나이를 더 먹으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었죠. 타르코프스키에게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러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여기선 잘 모르겠네요. 제 영화의 많은 부분이 운명처럼 그와 연결돼 있습니다. 타르코프스키와 닮은꼴이라는 점 때문에 명성을 얻은 것도 사실이고요. 사람들의 생각마저 바꿀 수는 없지요."
(부산=연합뉴스)
즈비아긴체프 "타르코프스키 꼬리표 떼기 어려웠죠"
주요상 휩쓴 '제2의 타르코프스키' 별명 감독, 부산영화제 첫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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