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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정부 '최후통첩성' 압박…시위사태 중대기로 맞나

홍콩정부 '최후통첩성' 압박…시위사태 중대기로 맞나
행정장관 선거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결정에 반발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8일째를 맞은 5일 중대한 갈림길에 직면했다.

그동안 공세를 펴던 시위대에 맞서 '기다리기' 전략을 주로 펴온 홍콩 정부가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역공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4일 밤 현지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는 3천 명의 공무원이 6일 오전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청사 밖을 정리하라"면서 시위대에 6일 오전 출근 전까지 정부 청사 봉쇄를 풀 것을 요구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하면서 렁 장관이 필요시 무력 진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렁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시위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코너'에 몰렸던 그가 중국 중앙정부의 든든한 지지와 신임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음을 의미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홍콩 시위를 둘러싼 '최후통첩'성 메시지는 시위대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달 30일 시위대가 지난 10월 1일까지 렁 장관의 사퇴하라고 시한을 못박은 바 있다.

물론 홍콩 정부는 렁 장관의 TV 발언이 최후통첩으로 해석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시위대가 정부 청사 주변에 대한 '봉쇄'를 풀면 학생 지도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을 통해 렁 장관의 발언을 '최후통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학생 지도부와의 대화에 나서겠다면서도 '정부 청사 봉쇄해제'라는 조건을 내건 것만 봐도 홍콩 정부의 입장이 서서히 강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콩 정부는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지도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 정부의 정상 가동을 위해 정부청사와 연결된 통로의 봉쇄를 풀 것 ▲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金鐘)의 주요 도로(간선도로) 점거를 풀 것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시위대에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홍콩 정부의 이번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홍콩 정부와 홍콩 시위대로 공을 넘긴 중국 중앙정부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홍콩 정부에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28일 시위가 발생한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홍콩 기본법을 확고하게 관철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시위대의 요구에도 "양보는 없다"며 꿈쩍도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사태 초기에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내던 중국 관영 언론도 지난 3일 이후 홍콩 시위를 '색깔혁명'으로 규정하며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를 강조했으며 시위대의 '노란 리본' 운동에 맞서 '파란 리본'을 단 친중 성향 단체 회원들의 움직임과 시위 중단과 질서회복을 촉구하는 전문가와 각계의 호소를 부각시킴으로써 강경 대응의 명분을 쌓으려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이는 앞으로 혹시라도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말을 듣지 않은 시위대의 탓으로 돌리며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경제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시위 반대파 또는 친중파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도 시위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일주일을 넘긴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향배는 일단 '공'을 넘겨받은 시위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위대는 '6일 오전까지 정부청사 봉쇄를 풀라'는 렁 장관의 메시지가 나오자 "현재도 공무원의 정부청사 출입로는 열려 있다"면서 사실상 '봉쇄해제' 방침을 밝혔다.

이는 홍콩정부와 나아가 중국 중앙정부에 '강제진압'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학생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위 지도부가 친중단체의 공격에 과잉 대응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일 시위대와 친중 단체의 충돌이 거세질 경우 홍콩 정부나 중국 정부로서는 강제 진압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 등에는 학생들과 범민주 진영 등이 시위대의 자발적 해산 문제를 놓고 논의를 했으나 부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시위대 사이에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금 해산하면 아무것도 얻은 것이 아니다"라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경찰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경진압에 나설 때 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텨야 하느냐"고 동요하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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