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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택시, 운행기록 분석해보니…도넘은 위험 운전

"택시 610m마다, 버스 1km꼴로 위험 운전"

<앵커>

버스와 택시에는 비행기의 블랙박스 같은 운행기록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급브레이크 밟는 것 같은 운전자의 모든 행동이 1초 단위로 기록됩니다. 교통안전공단이 국내 최초로 전국의 버스와 택시 5만 7천 대에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위험한 운전이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뉴스인뉴스, 최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서자 승객들은 심하게 휘청이고, 한 여성은 결국 넘어집니다.

[굉장히 위험하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 때가 있어요.]

택시가 길가에 있는 손님을 발견하고 갑자기 도로 복판에 멈춰 섭니다.

건너편 손님을 태우려고 불법 유턴도 서슴지 않습니다.

[깜짝 놀래죠.]

버스와 택시에는 주행기록장치가 장착돼 있습니다.

급가속, 급감속, 급차선변경 등 모든 운전 행동이 1초 단위로 기록됩니다.

SBS가 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이 운행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 전국의 버스와 택시 5만 7천 대의 '빅데이터'입니다.

분석 결과입니다.

100km를 주행하면서 택시는 평균 166회, 버스는 평균 96.3회 위험운전을 했습니다.

택시는 610m 주행할 때마다, 버스는 1km꼴로 위험운전을 한다는 겁니다.

위험운전 행동 가운데 택시와 버스 모두, 급감속이 100km 주행 시 각각 82.2회, 54회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택시는 급진로변경, 급가속 순이었고, 버스는 급진로변경, 과속 순이었습니다.

급감속이나 급정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해봤습니다.

천천히 감속하다 정지하면 승객들은 무리 없이 서 있습니다.

하지만, 시속 15km로 달리다 초당 시속 7.5km 이상 급감속하자 승객들은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하성수/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부 교수 : 급감속 및 급정지를 하게 되면 승객들은 1.8m 높이에서 본인의 몸무게만큼의 물체가 떨어지는 힘을 받게됩니다.]

택시의 급감속, 더 나아가서 급정지는 뒤에 있는 차량이 앞 차량의 뒤를 들이받는 추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운전 행동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지 제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실험해보겠습니다.

서울 시내 택시의 평균 운행 속도인 약 35km/h로 주행하면서 안전거리인 10m 이상을 유지하면 앞차가 급제동을 해도 추돌은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차가 급감속을 하면 뒤따르던 차량은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병현/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본부장 : 도심의 특성상 고속도로처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가 급감속을 할 경우에는 후방 추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운전 습관에 대해 운전기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시내버스 운전기사 3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약 60%가 전방 주시 태만이나, 신호위반과 같은 위반행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고, 급출발이나 급제동과 같은 운전 습관을 꼽은 기사는 1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시내버스 사고의 42.8%, 2건 중 1건이 급출발이나 급제동으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조규석/한국운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급출발, 급제동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간 4시간에 불과한 안전교육만으론 운전기사들의 위험운전 습관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운전자 과실에 따른 징계에 대한 노사합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운전기사를 징계한 회사는 사고율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징계를 교육으로 대체한 회사의 사고율은 계속 증가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적당한 배차간격과 운전기사 처우 개선, 그리고 도로의 주정차 시설 확충이 병행돼야 대중교통의 위험운전이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이승환,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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