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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실력으로 오해와 비난 잠재우다

'손·연·재', 그의 이름이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힘차게 불리는 순간 체육관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힘찬 발걸음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손연재는 한 바퀴를 빙 돌며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얼굴은 벅차올랐다.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고 고개도 저어봤지만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애국가 연주가 끝날 때에는 굵은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연재가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끝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라이벌 덩썬웨(중국)를 꺾고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사진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포즈를 취한 이후에야 포디엄을 떠날 수 있었다.

아마 손연재 선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손연재는 이날 곤봉-리본-후프-볼 순으로 연기했다.

손연재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곤봉을 잠시 이마에 댔다.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안방 팬들은 손연재를 뜨겁게 환영했다. 태극기를 준비한 사람도 있었고, 환영 플래카드를 챙겨온 팬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경기 도중 손연재가 난도 높은 기술에 성공할 때마다 괴성을 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손연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손연재는 곤봉과 리본, 후프에서 자신의 선수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마지막 볼에서 아쉬운 실수가 나왔지만,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의 마음에서 실수를 지워냈다.

점수를 확인한 순간 우승을 예감한 손연재는 코치진을 비롯해 소속사 관계자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관중에게도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했다. 그의 표정이 가장 편하고 환해진 순간이었다.

사실 손연재는 그를 쫓아다니는 악성 댓글 게시자들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보통 때는 무관심한 척 넘어갔지만 지치고 힘들 때는 큰 마음의 상처가 됐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후프 동메달, 개인종합에서 4위에 오르는 쾌거에도 그는 인천 입성 후 공항 기자회견 이후에는 언론을 피했다.

인터뷰는 사절했고, 훈련은 잠시의 포토타임 이외에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했다. 자신의 이름이 괜히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봐야 돌아오는 것은 악성 댓글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적인 인기가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손연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세계 정상급 수준에 근접한 선수인지도 알렸다. 이제 손연재의 시대가 시작됐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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