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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600m 계주 은메달 만든 '여호수아의 기적'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성혁제(24·인천시청), 박봉고(23·구미시청), 박세정(30·안양시청), 여호수아(27·인천시청)가 이어 달리며 한국 신기록인 3분04초03만에 결승선을 통과, 일본(3분01초88)을 제치고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특히 3위로 출발해 마지막 한 바퀴를 돈 여호수아가 앞서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끝까지 쫓아가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 사진 판독 끝에 2위 자리를 얻어낸 것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장면이었다.

이날 역전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호수아는 사실 1,600m 계주팀이 아니라 400m 계주팀 소속이다.

그는 불과 35분 전에 남자 400m 계주 결선에 출전해 전력질주하더니, 곧바로 1,600m 계주에 출전해 체력을 아낀 상대를 오히려 역전하는 '기적의 레이스'를 선보였다.

사실 여호수아가 달린 4번 주자는 원래 최동백(20·한국체대)이었다.

그러나 최동백이 이날 결선을 앞두고 허벅지 근육을 다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번 대회 한국 육상 선수단의 총감독을 맡은 김복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필드 기술위원장이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는 여호수아였다.

김복주 위원장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1,600m 계주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낼 때 주자 순서 교체라는 절묘한 작전을 꺼내든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여호수아가 이날 400m 계주를 뛴 다음에 쉴 틈도 없이 체력 소모가 심한 1,600m에 출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패 가능성이 큰 '도박'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선택은 20년 전 히로시마에서처럼 똑같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체력을 쥐어짠 여호수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기적'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여호수아의 400m 기록은 46초대로, 최동백보다 1초가량 앞선다"면서 "여호수아라면 충분히 400m 계주를 마친 뒤에도 달릴 수 있으리라고 봤다"고 말했다.

작전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400m 계주팀과 1,600m 계주팀을 지도하는 강태석(안양시청) 감독과 이종윤(대한육상경기연맹) 감독에게만 여호수아를 출전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선수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경기 2시간 전에 여호수아가 포함된 계주 오더를 제출했다.

그리고 400m 계주가 끝나자마자, 김 위원장은 바로 결승선 부근에서 여호수아를 만나자마자 1,600m 출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될 것이라는 감이 왔던 것이냐'는 질문에 큰 웃음만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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