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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자의 슬픔' 부산영화제 개막작 '군중낙원'

'살아난 자의 슬픔' 부산영화제 개막작 '군중낙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대만영화 '군중낙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기자 출신의 도제 니우 감독이 메가폰을 든 작품으로,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는 중국과 격한 대립을 보였던 1960년대 대만의 군부대를 배경으로 했다.

체격 조건이 좋아 해병 특수대에 근무하게 된 신병 파오. 그러나 해병대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수영은 젬병이다.

수영을 못하니 해병대에 머물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

방출된 파오는 정부에서 병사들의 욕구해소를 위해 직접 운영하는 일종의 '공창부대'인 831부대에 배치된다.

그곳에서 이른바 티켓관리를 맡게 된 그는 티켓을 끊으러 온 친구 화싱을 조우하는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밤마다 매춘부 중 한 명인 니니가 부르는 노래에 취해 잠에 들던 파오는 어느 날, 니니의 방에 올라가고, 그녀로부터 기타를 배우게 된다.

'군중낙원'에서는 비극으로 점철된 대만의 현대사가 묻어난다.

고향 중국에 어머니를 두고 온 특무상사 창윤샨의 사연과 군부대의 엄혹한 가혹행위,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살아가는" 매춘부들의 힘겨운 삶 등 각각의 구슬픈 사연이 상영시간 133분간 계속된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영화를 꿰뚫는 키워드는 역시 제목과 같은 '군중낙원'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군중낙원' 속에서 살고 있지만, 모두 이 '낙원'에서 도망치려 한다. 삶을 옥죄는 다양한 힘겨움이 그들의 삶 속에서 퍼즐처럼 펼쳐졌다가 다시 꿰맞춰 진다.

그러나 지옥 같은 순간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홍진과 함께 묻어나는 인생 속에 아름다운 순간들도 깃든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여름 밤 풀벌레 소리는 들리고, 꽃은 핀다.

도제 니우 감독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빛난다. 생은 힘들고 엉망진창이며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프고 힘든 생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라보자는 작가의 태도가 영화 속에 묻어난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주인공 파오의 성장담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군중낙원'에서는 허우샤오셴과 에드워드 양 등이 주도했던 대만 뉴웨이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하지 않고, 영화의 전반적인 필치도 여백 있는 수묵화처럼 담백하다. 다만, 대만 뉴웨이브 영화보다는 감정의 증폭이 커, 훨씬 상업적으로 보인다.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묵직하진 않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기에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아 보인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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