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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주민번호 '만능키' 역할…바꿔도 또 문제될 듯"

* 대담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한수진/사회자:

올해 초 벌어진 카드사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러분 기억하시죠?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주민번호 개편 논의에 들어갔는데요, 어제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6개 개선안이 논의가 됐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 자리 함께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우리 국민 대부분 주민번호가 유출된 상태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네, 그렇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만 더해봐도요 유출된 주민번호 건수가 한 4억 건 되거든요, 8배 정도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한 상태인데 말이죠. 주민번호에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나왔는데, 또 어떤 문제들이 있는 걸까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지금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번호 자체에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 이렇게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내가 원하지 않는 내 정보를 주는 게 되거든요. 두 번째는 사실상 거의 변경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출되어도 구제받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고요.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인데. 너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이용 돼서 일종의 범용식별번호라고 하거든요. 서로 다른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만능열쇠 역할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유출의 위험도 커지고 또 유출되었을 때 그 피해도 커지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요약하면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들어 가 있다, 또 평생 같은 번호만 써야 된다, 그리고 이런 주민번호가 온갖 분야에서 개인식별번호로 쓰이고 있다, 이런 말씀인데. 이 세 가지 문제를 개선하는 게 이번 개편에 핵심이 되는 거네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제 처음으로 관련한 공청회가 열린 건데, 진전된 논의가 있었습니까?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사실 어제는 정부 측에서 6가지 대안이라고 발표를 하고. 한 8명의 토론자가 토론을 했는데요. 그냥 뭐랄까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끝났고요. 어떤 쟁점에 대한 토론이나 어떤 안으로의 합의는 없었습니다. 좀 아쉬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6개까지 대안이 나올 정도면 준비도 많이 했을 것 같고,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 졌어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이번 안이 정부의 안으로 나온 게 아니거든요. 정부가 올해 초에 개인정보유출사고 이후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연구 과제를 주었고요. 어제 공청회는 지방행정연구원이 6개 대안을 내놓은 거죠. 안전행정부가 내놓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연구원이 내놓은 거고, 안정행정부는 자기네들은 아직 어떤 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 이렇게 공식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6개나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그러니까, 대안이라기보다는 가능한 안이겠죠. 그래서 이런저런 방안을 조합을 하면 6개가 나온다, 라는 건데요.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면, 사실은 크게 대안그룹을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주민번호를 새로 만드는 건데요, 그것을 현재처럼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방법으로 만들 수 있고 아니면 임의의 일련번호를 만들 수 도 있잖아요. 이렇게 2개의 대안이 나오는 거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두 번째는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두 번째는 내부관리용으로 주민번호를 주고 시민들이 이용을 할 때는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를 주자는 안인데요. 내부 관리용으로 주는 주민번호를 현재 주민번호를 그냥 쓸 거냐, 아니면 그것도 새로운 주민번호로 할 거냐, 이렇게 2개로 나눠집니다.

그 다음 3번째는 모호한데 이 대안은, 발행번호만 두자는 안입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없고 발행번호만 두자는 안인데. 그것도 그 발행번호를 개인정보를 포함한 걸로 할 거냐, 아니면 임의의 일련번호로 할 거냐, 이렇게 2개. 그래서 6개의 안이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오병일 활동가께서는 어떤 안이 좋다고 보세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저는 이 6개의 안 자체가, 이 연구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보여 지는 게요. 아까 주민번호의 문제점 3가지를 말씀드렸잖아요. 첫 번째, 두 번째 문제는 일정하게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주민번호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문제는 검토 자체를 배제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범용성 문제에 대해서?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새로운 주민번호를 예를 들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주민번호를 여러 영역에서 일종의 범용식별 번호로 쓰게 된다면 또 새로 만든 몇 년 후에는 현재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범용식별번호로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번호를, 사실 주민번호가 애초에 이렇게 다목적으로 쓰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사실은 주민들의 거주동향을 등록하고 행정서비스를 위해서 만든 건데, 그 목적을 제한을 하고.

예를 들어서 조세목적으로는 납세자 번호를 만든다든가, 복지 목적으로는 사회보장 번호를 만든다든가, 이런 식으로 각 영역별로 별개의 식별번호를 만드는 시스템으로 가야되거든요, 그래야 하나의 번호로 모든 개인 정보를 엮을 수 없게 되는 거고.

▷ 한수진/사회자:

만능키처럼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니에요? 너무 많은 번호를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우리가 그걸 복잡하다고 느끼는 게, 그걸 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외워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런 건데요. 사실 지금도 여권도 있고 운전면허증도 있고.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학생이면 학생증도 있는 거고요, 학번도 있고, 군인이면 군번도 있고. 사실은 지금도 여러 가지 번호가 쓰이는데. 공공연한 민간 영역에서 너무 많은 주민번호가 쓰이고 있는 거죠. 실제로 예를 들어 호주 같은 경우는 범용식별번호가 없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예 그런 게 없고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네, 사람들이 실제 불편을 느끼지 않고 특정 번호를 외워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어떻게 보면 번호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너무 어떠한 사회 곳곳에서 인증을 해야 된다, 본인 확인을 해야 된다, 이러한 좀 강박적인 게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장 호주 같은 경우도 우리와 같은 주민번호 범용 식별 번호가 없다는 말씀이시고, OECD국가들도 대부분 없다면서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국가가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그런 번호 자체는 사실 많은 나라들이 가지고 있죠. 왜냐하면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도 제공을 하고 국민을 식별을 해야 되니까요.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범용으로 쓰이는, 너무 많은 영역에 쓰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라는 거죠. 개인식별번호가 이용되는 영역을 제한을 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냥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주장도 어제 공청회에서 나왔던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글쎄요, 저는 주민번호의 편리성이나 개편 비용 문제를 들어서 현행유지 주장도 있는데요. 저는 현행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비용을 낳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편하는 것만 드는 게 아니라.

▷ 한수진/사회자:

개편 하는 데는 얼마나 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지금 개편 비용은 사실은 정부가 추산한 것은 6천억 정도에요, 근데 이제 물론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주민번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초에 있었던 개인정보 유출과 같이 그런 사고가 터지면 신용카드도 바꾸어야 하고 피싱이나 이런 개인적인 여러 가지 피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회적 혼란이나 비용을 현재 계속 낳고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제도 자체가 아니라 번호 오남용으로 일어난 문제다,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요. 이것도 동의하시지 않고요?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번호 오남용이라기보다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리를 잘못한 것 아니냐, 이렇게 보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이게 단순히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이 왜 주민번호를 이렇게 원하느냐, 이게 사실 가치가 높은 정보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만능 키니까. 그러니까 해킹이든 아니면 내부적 유출이든 간에, 유출의 위험성이 커지는 거죠. 저는 이런 것들을 구조적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위험성을, 그렇게 보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민번호 개편논의와 관련해서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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