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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9시 등교' 한달… 확산 움직임 속 정착

이재정 '9시 등교' 한달… 확산 움직임 속 정착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9시 등교 정책이 다음달 1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9시 등교로 학생들의 아침에 여유가 생겨 밥을 먹고 오거나 조는 학생이 주는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갑작스런 시행으로 학교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전북도교육청이 다음달부터 등교시간을 늦추기로 했으며 광주, 제주시교육청 등이 시간 조정을 검토하는 등 9시 등교가 전국으로 퍼질 움직임이어서 어느새 교육계 '화두'로 자리잡았다.

◇ 9시 등교 나비효과…조는 학생 줄고 수업진도 '팍팍' 의정부여자중학교 3학년 2반 박효선양은 교육감에게 '9시 등교'를 건의한 주인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30분만에 준비해 등굣길에 오르던 박 양은 책상에서 토스트와 우유로 아침식사를 때웠다.

박양은 등교시간이 오전 9시로 바뀐 뒤로 부모님과 식탁에 앉아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9시 등교가) 생각보다 빨리 돼서 놀랐어요. 아침에 여유가 생겨 좋아요. 수업시간에도 덜 피곤하고요. 고등학교로 진학하고서도 9시 등교를 했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레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도 한결 수월해졌다.

의정부여중 손미나(2학년 영어과목 담당·여) 교사는 "1교시 때는 책상에 엎드려 조는 학생들을 깨우느라 수업이 5분 정도 지체됐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 집중력도 좋아져 수업진도 나가기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연구로도 입증된 바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최근 2012∼2013년 경기교육종단연구(GEPS) 자료로 중고생(2012년 8천257명, 2013년 7천960명)의 수면시간과 수업태도, 정신건강 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면시간이 적은 학생일수록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빈도가 높았다.

또 정신건강 측정 문항에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 밀어붙이기식 성급한 시행 비판…개선점 수두룩 그러나 도교육청이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반강제적으로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조차도 9시 등교를 학교급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라고 제안했으나, 도교육청은 조기정착을 위해 전면시행을 밀어붙여 비판여론을 자초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이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 대한 대책 미비와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의 등교시간이다.

갑작스런 9시 등교로 조기 등교를 막는 초등학교까지 생겼다.

수원지역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원모(37)씨는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9시에 맞춰 등교시키도록 안내하고 있어 출근한 뒤 집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매번 전화를 걸어 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능을 목전에 둔 고3의 등교시간이 늦춰진다는 정책에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반대도 강했다.

이에 대부분 고교는 1∼2학년과 3학년의 등교시간을 각각 오전 9시, 오전 8시 등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학년별로 등·하교시간이 달라 혼란스럽다', '하교시간이 늦춰져 오후시간이 빡빡해졌다', '점심을 늦게 먹게 됐다'는 학생들의 쓴소리는 물론이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까지 근무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밖에 등교 전 PC방 출입, 불법 개인과외 증가우려, 통학버스 운전기사 일거리 감소, 출근길 혼잡에 따른 교통사고 우려 등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부수적 문제점들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 전국 확산 움직임…전북교육청 '9시 등교' 동참 그럼에도 복수의 시·도교육청이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동참하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해간다면 교육적 취지를 살려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거란 기대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은 다음달 1일부터 초·중·고교의 등교시간을 최대 30분가량 늦추기로 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동참했다.

광주시교육청과 제주시교육청 역시 등교시간을 일정시간 늦추기로 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9시 등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교육청은 경기교육청의 운영을 지켜보며 문제점을 보완,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 '대입·수업시수' 9시 등교 한계 넘어서야 9시 등교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교육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충분한 의견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대변인은 "9시 등교의 의미와 절차 등을 학교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교육감의 강제적인 시행보다는 학교현장에서의 토론절차를 거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여론 파악을 위한 대국민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 입시제도와 법적 수업시수 등 현 교육제도의 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국대 이수정 사범대 교직교육과 교수는 "대입제도, 수업시수 조정 등 현 교육제도의 수정이 뒤따르지 않는 한 '9시 등교'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등교시간을 늦추는 정책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면권과 학습권 차원에서 이해하고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연계해 연구하고 보완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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