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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옮겨 함께 살면서 장애인 등친 사기범

3년 전 경남 창원의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남해로 귀가하던 정모(48)씨는 시외버스에서 이모(58·여)씨와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정 씨는 10년 전 뇌 수술 이후 왼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지팡이를 짚고 겨우 발걸음을 떼는 정 씨에게 이 씨는 친절을 베풀었고, 정 씨는 자신의 개인 사정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시외버스 속 우연한 만남은 정 씨에게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기 전과 2범으로 다른 대상자를 물색하던 이 씨에게 정 씨가 딱 걸려든 것입니다.

얼마후 이 씨는 정 씨에게 연락해 "남해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정 씨 집에서) 월세로 살고 싶다"고 제의했고 정 씨는 반가운 마음에 가족과 상의해 허락했습니다.

이 씨는 쾌활한 성격으로 정 씨의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에게도 각종 친절을 베풀어 이들은 1년여간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차츰 정 씨의 신뢰를 얻은 이 씨는 결국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초순께 "물류 창고 사업에 투자하면 배당금 10~15%를 받을 수 있고 원금도 돌려주겠다"고 정 씨를 속였습니다.

이 씨의 말에 솔깃해진 정 씨는 이때부터 지난 6월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4억713만원을 이 씨에게 송금했습니다.

이 돈은 이 씨가 뇌 수술 전 다니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비롯해 정 씨 가족 생활과 부부 노후를 위한 자금 등 전 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정 씨가 투자금 상환을 독촉하자 이 씨는 주변을 정리하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정 씨 부부는 지난 8월 남해경찰서를 찾아가 탄원서를 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정 씨는 함께 살면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과 이 씨가 사용한 대포통장을 제시했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이 씨가 서울에 은신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전담반을 보내 원룸에 숨어 있던 이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이 씨는 체포된 뒤 구속을 면하려고 지인을 통해 정 씨에게 현금 8천만원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정 씨로부터 편취한 돈을 개인 채무 상환이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가진 재산이 없어 나머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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