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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순직 소방관 子 "모든 소방관들 아빠라고 생각"

* 대담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정비담 군

▷ 한수진/사회자:

지난 7월 17일이었습니다. 광주 도심에서 소방 헬기가 추락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강원도 소방대원 5명이 세월호 수색 지원을 하고 복귀하다가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사고였습니다. 그 헬기의 기장이었던 고 정성철 소방령은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 조종간을 꼭 쥔 채 화염 속에서 숨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한 소방관들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대형 참사를 면할 수가 있었는데요. 그 사고가 난 지 두어 달이 지난 지금 고 정성철 소방령의 아들 정비담 군이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정비담 군 연결해서 직접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정비담 군 나와 있습니까?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갑작스럽게 아버님 여의게 되어서 아직도 참 많이 힘드시죠?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마음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힘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비담 군은 다른 형제 없이 외동 아들이라구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저는 혼자인 외동아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지금 학생이시라고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저는 지금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 49재 마치고, 학교 개학하고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 바쁜 시간 보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지금 1인 시위를 하고 계시는 겁니까?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일단 저는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그리고 안전행정부의 권한 축소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요청을 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오게 되었어요.
순직 소방관_640

▷ 한수진/사회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계시는 거다,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 1주일 조금 넘었어요. 그런데 뉴스에 나온 사진 보니까 소방대원 정복을 입고 모자를 쓰신 채 1인 시위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옷이 아버님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옷인가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시위 때 제가 입었던 옷은, 아버지께서 입으셨던 옷이 맞지만 아버지가 신장도 굉장히 크시고 덩치도 좀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조금 커서 제 몸에 맞게 수선을 한 옷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진을 보니까 명찰도 다셨던데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아빠 이름이 새겨진 명찰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 있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아빠 이름이 가슴에 붙어 있으니까 두려움 같은 건 없어지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의 명찰을 달고 있으니까 두려움이 없어졌다, 하는 말씀이신데 사실 이런 1인 시위를 마음먹기도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여러 생각 많이 하셨을 텐데요. 이렇게 직접 1인 시위에 나서야 했던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글쎄, 저는 그 날 이후에 아버지라는 커다란 기둥이 어떻게 보면 송두리째 뽑힌 사람이 되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정말 큰 기둥은 뽑혔지만, 보니까 이제 그 큰 기둥 뒤에는 작은 기둥들이 서 있더라고요. 그 기둥들은 제가 실의에 빠졌을 때 생전의 동료 분들과 그리고 같은 일을 하시던 모든 소방관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앞날을 잘 비춰줄 테니까 열심히 살라.’, 라고 위로를 해주셨거든요.

그 때 이후로 저는 모든 소방관들이 아빠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제 수많은 다른 아버지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에 그 분들의 힘이 돼드리고 싶어서 피켓을 들고, 그리고 아버지의 옷을 다시 입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 이상 우리 아버님 같이 그렇게 가슴 아프게 사별하는 경우는 없어야 된다, 하는 그런 마음이 있으셨던 거군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국가직 전환이 꼭 필요하다, 이런 말씀도 되시는 거예요.

사실 그 동안 많은 소방관들이 이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여왔고 많은 국민들이 그 뜻에 공감하기도 했는데요. 비담 군이 어떤 생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왜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표면적으로는 제 아버지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구조를 하게 해드리게 싶은 것이고요. 그 이유는 국민의 안전에도 보탬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지금 안행부에서는 국가직보다는 지방직이 적합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우선 저는 구조를 하는 사람들에게 관료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구조 서비스에도 차별이 생기니까요. 돈 많은 동네 소방관들은 좋은 장비 쓰고, 돈 없는 사람들은 후진 장비 쓰고,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잖아요.

국가직은 이원화된 소방 조직의 평준화를 주면서 국민이 평준하게 안전에 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일이라서 저는 찬성하는 거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예를 들자면 세월호 사건 같은 비극도 만약에 안전에 관한 권한들을 안행부 대신에 소방청에서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하는 유가족들도 슬픔이 없었겠죠. 이유가 뭔지 아세요?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이유인데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안행부가 소방관에 비하면 효력이 떨어진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장 입고 사무 처리하고 현장에서 뛰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재난에 관해서 무엇을 알아요. 허위보고나 하고 소방관 투입은 늦게 하죠. 소방관이나 해경이 DNA자체가 틀리다고 경향신문의 김창영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이고, 만약에 그 당시 초기 구조활동에 소방관 투입했으면, 소방관 분들도 희생이 되었겠죠, 불가피하게.

그런데 그 물 밑에서 괴롭게 죽은 학생들을 구조는 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미국 같은 선진국을 예로 들었을 때 미국에서 세월호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나면 구조 작전 지휘권이 소방청에 위임이 된대요. 군, 경이 다 소방관이 말하는 거에 따라야 되고, 저는 이런 선진국을 비교를 해봤을 때, 안행부의 필요성과 소방관이 국가직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생각이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러 말씀을 해주셨는데, 현장을 잘 아는 소방관들이 필요하다, 하는 말씀도 하셨고요. 또 지역별로 지금 예산이 차이가 나는 것도, 이것도 지금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의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외국의 이야기까지 말씀해주셨는데요. 혹시 아버님 생전에도 그런 말씀 좀 나누셨어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아버지께서는 보통 강원도 안에서 주로 움직이시는데, 좀 큰 사건이 있을 때에는 만약 헬기가 없을 때 그 땐 그냥 나가기도 하셨거든요. 그런데 뭐, 윗사람들 논리로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지방직 사람, 그 지방에 있는 사람만 써야지,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까지 불러들이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강원도 소속인데 멀리 남쪽까지 가서 지원을 나가신 건데 사실 뭐, 지방 업무로도 상당히 힘든 상황일 텐데 전국지역을 다 커버하신 그런 셈이 됐어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참, 많은 소방관 가족들은 늘 하루하루가 아슬아슬 하신 거죠. 마음 편히 지내기 참 힘드실 거예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비담 군도 그랬고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저도 그랬던 일이 있는데 아버지가 양양에 계실 때 일이거든요. 저는 학교를 멀리서 다녔기 때문에 가족과 모처럼 여유가 있던 날이라서 아빠 얼굴 보고 싶어서 양양으로 갔죠. 점심을 먹자고 해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때 가게 이름이 ‘양념 순두부’였나, 순두부 전문점이었어요. 한 그릇씩 시켜가지고 먹으려는데 전화가 딱 온 거예요.

이 일이 생겨서. 그래서 아빠만 한 숟가락도 못 드시고 그냥 바로 가셨고, 그냥 제가 두 그릇 다 먹었는데, 왜 그 때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때 순간이 엄청 뭉클하고 속상했던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식사도 채 하시지도 못하고 바로 또 출동을 나가셨는데, 그게 마지막 기억이신 거예요, 아버님과 식사를 하신.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아빠가 정말 소방관이 맞구나, 하고 느꼈을 때의 순간인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참 어려운 직업이죠. 자, 아버님 묘소에 세워진 묘비명에 ‘지방 소방령 정성철의 묘’ 이렇게 써있다면서요.

▶ 정비담 군 /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사망 소방관 아들:

네, 지방 소방령 정성철이라고 써 있는데 저한테는 앞에 글자 ‘지방’이라는 말이 아픔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묘에서까지 지방을 갖다 붙이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아마 비담 군의 마음도 그렇고요, 많은 소방관들의 뜻도 잘 모아져서 국가직으로의 전환, 이 문제도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 정성철 소방령의 자제 분입니다, 지금 1인 시위에 나선 정비담 군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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