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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흉악범보다 악성 민원인을 더 힘들어 해"

"경찰관, 흉악범보다 악성 민원인을 더 힘들어 해"
"막내아들이 집에 혼자 있는데 밥 좀 주세요." 막내아들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였습니다.

전화를 받은 112 신고센터 경찰관은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민원인은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올렸습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일선 경찰관들을 상대로 벌인 악성 민원인 관련 설문조사에 응한 한 경찰관이 털어놓은 황당한 경험담입니다.

오늘(29일) 공개된 연구소의 '경찰 서비스의 불만 고객 대응 방안' 보고서는 최근 1년간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고 밝힌 경찰 공무원 6천889명의 응답지를 분석했습니다.

응답자의 10.4%는 한 달에 평균 20건 이상의 악성 민원을 접한다고 답했습니다.

쉬는 날을 빼면 거의 매일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셈입니다.

문제 행동을 하는 민원인은 술에 취한 경우가 많다고 경찰관들은 호소했습니다.

응답자의 22.5%는 악성 민원인 10명 중 8명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답했습니다.

문제 행동을 하는 민원인 중 술에 취한 사람이 없다고 답한 경찰관은 9.5%였습니다.

경찰관들은 승진 등 인사나 흉기를 든 강력범과의 대치 등 다른 상황보다 악성 민원인의 괴롭힘이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경찰관의 상황별 스트레스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민원인의 문제 행동이 4.16점으로 징계·승진 등 인사문제(3.85점)보다 높았습니다.

근무환경·여건 문제는 3.71점, 동료나 상관과 마찰은 3.70점, 강력범과의 대치는 3.62점이었습니다.

민원인들의 문제 행동을 유형별로 보면 억지주장이나 부당한 요구가 29.5%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로 욕설과 음담패설 등 무례한 언행이 22.8%, '인터넷·국민신문고·SNS에 올리겠다'는 엄포가 16.6%, 소란 및 난동이 13.2%였습니다.

경찰관들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점수(5점 만점)로 매겼을 때 무례한 언행에 가장 높은 4.17점을 줬습니다.

뒤이어 억지주장·부당한 요구(4.11점), 소란·난동(4.05점), 인터넷 등에 폭로하겠다는 엄포(4.01점) 등 순이었습니다.

경찰관들은 악성 민원에 대해 매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민원인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응답자들은 민원인의 왜곡된 권리의식(39.4%), 사회에 대한 불신·불만(26.2%), 국가정책·법규정 미비(20.7%) 등의 순으로 꼽았습니다.

경찰의 실수 또는 미숙한 대응이 민원인의 문제 행동을 유발한다고 여기는 응답자는 2.5%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의 13.7%는 최근 1년간 민원 문제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억지주장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악성 민원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이 경찰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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