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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노트4, 중국서 7만 원 싸다는데…

[월드리포트] 노트4, 중국서 7만 원 싸다는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선두 굳히기를 위해 내놓은 회심의 역작, 갤럭시 노트4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단언컨대, 현존 최고의 사양들만 한데 모았다는 삼성전자의 자신감에 걸맞게 3만 대의 예약주문 물량이 조기에 완판됐습니다. 해외에서는 140개 국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인데 역시 상당한 돌풍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국내 3대 통신사를 통해 팔리게 될 노트4의 판매가는 공히 95만 7천 원입니다. 직전 모델인 노트3의 출고가 106만 원에 비하면 10만 원 이상 싸진 겁니다. 아무래도 아이폰6을 비롯한 도전자들과의 경쟁을 의식한 '착한 가격' 전략으로 보입니다. 우리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중국 노트4
'착한 가격'은 해외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노트4는 26일부터 예약판매분 배송이 시작됐고 29일부터는 매장에서도 판매가 이뤄집니다. 과연 중국에서 노트4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중국 통신시장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 등 3대 통신사가 나눠 갖고 있습니다. 차이나모바일이 내놓을 노트4의 가격은 5199위안, 차이나텔레콤은 5288위안, 차이나유니콤은 5399위안입니다. (1위안=170.08원 26일 매매기준율) 차이나모바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88만 4천 원으로 국내 가격과 비교하면 7만 1천 원이나 싼 겁니다. 이게 뭐 '차이나 디스카운트'도 아니고 슬슬 배가 아파옵니다.(다른 의미의 '차이나 디스카운트'도 있음을 감안해 필자만의 용어임을 밝힙니다.) 혹시 이미 잡아 놓은 물고기라고 국내 소비자를 '봉' 취급한 걸까요? 
중국 노트4
삼성전자 측에 가격 차에 대해 물었습니다. 삼성의 답변은 한 마디로 국내용과 중국 시장용의 스펙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한국의 노트4에는 광대역 LTE칩셋과 지상파 DBM가 탑재됐고 32GB 메모리가 장착되지만 중국에서는 두 가지가 탑재되지 않으며 메모리 용량도 16GB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훨씬 착한 가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출시될 아이폰6의 예상 가격이 6500위안임을 감안하면 노트4는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정부 승인이 늦춰지면서 출시 시점마저 불투명한 아이폰6과 견줘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갤럭시노트4 캡쳐_
하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와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지난 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샤오미를 위시해 레노버나 화웨이 등 3대 브랜드의 인기 모델 가격은 대개 2천 위안 대이고 얼마 전에 나온 고급 사양의 화웨이의 모델이라고 해봐야 3400위안에 그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한다고는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과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너무 밀리다보면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아직 집계 중이긴 하지만 이번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 실적과 시장 점유율이 지난 2분기 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많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에 이어 삼성전자가 4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습니다. 한 번 꺾인 추세를 다시금 상향 곡선으로 되돌리기 위해 절치부심해 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객을 사로잡을 최고의 마케팅 무기인 '가격'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성적표에 집착해 터무니없이 가격을 내려버린다면 어렵게 구축해 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S4에서 S5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재고 물량이 생기자 중국 현지 판매상들이 가격을 다운시켜 '덤핑' 판매를 시도하려다 삼성 측의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번 '차이나 디스카운트' 아니었을까요?  
갤럭시노트4_640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노트4의 출고가격도 826달러(약 86만 원)로 역시 국내보다 10만 원 가까이 저렴합니다. 가격 차의 이유는 비슷합니다. DMB가 빠진데다 주마다 세율이 달라 제품에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본사양인 DMB를 옵션으로 돌려 더 저렴한 제품을 제공할 수 없느냐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32GB메모리도 사실 DMB 구동용을 제외하면 중국이나 미국처럼 16GB 정도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가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반영해 제품 구성이나 가격 책정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섭섭함 때문일 겁니다. 

저처럼 한국을 떠나 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우수한 우리 제품의 선전을 보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노트4가 중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리딩' 제품이 되길 바랍니다. 말 안 해도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죠. '용심대화(用心對話)'. "마음으로 대화하자"는 뜻인데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마케팅 슬로건입니다. 노트4가 세계 시장에서 크게 날아오른 다음엔 국내 소비자들과도 크게 한 번쯤은 '마음의 대화'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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