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3시간전 울음은 냉정으로…금메달 앞에선 '정'없다

3시간전 울음은 냉정으로…금메달 앞에선 '정'없다
27일 오후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컴파운드 개인전 결승은 한국 선수들끼리의 '집안싸움'으로 치러졌다.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 최보민(30·청주시청)과 석지현(24·현대모비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 누구보다 정이 깊게 쌓인 사이다.

올림픽 종목이 아닌 탓에 리커브보다 관심을 덜 받는 컴파운드 선수로 뛰면서 설움을 함께 나눴다.

지난해 10월에는 둘에게 '아버지'나 다름 없었던 고(故) 신현종 감독을 잃는 아픔도 함께 겪었고 또 같이 이겨내왔다.

신 감독은 두 선수를 이끌고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끝내 숨졌다.

이날 오전 열린 단체전에서 금메달 수확한 뒤 두 선수는 눈물부터 터뜨렸다.

취재진을 만나서는 신 감독과 관련한 얘기만 훌쩍거리며 했을 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3시간여 뒤.

개인전 결승 사대에 선 두 선수의 표정에서는 냉정함만이 감돌았다.

아시아 정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는 둘 사이의 '정'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최보민은 신우철 여자 대표팀 코치와, 석지현은 양창훈 남자 대표팀 코치와 경기장에 들어섰다.

두 코치는 이미 금메달 하나를 확보한 안도감 때문인지 경기 시작 전부터 활짝 웃어 선수들과 대조를 보였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기 끝에 우승을 확정한 최보민은 그제야 눈도 안 마주치던 석지현을 향해 박수를 쳤다.

두 선수는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최보민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수촌 숙소에서 9월 27일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꿔서 내심 기대했다"면서 "금메달을 따서 아주 기쁘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석)지현이가 지난 2년간 부족한 주장을 믿고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 오늘 끝까지 긴장되고 재미있는 승부를 벌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석지현은 "이번 대회를 위해 6년을 보냈는데 원하던 목표를 이뤄서 행복하다"며 "(최)보민이 언니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