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휘는 새 아이폰, '나쁜 남자' 애플의 대응은?

신형 아이폰 6 플러스가 휘어지는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미국의 한 블로거가 처음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논란입니다. 양손에 잡고 힘을 주면 기계 옆면 버튼 구멍 쪽이 특히 심하게 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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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백만원 짜리 기계를 사자마자 양손에 힘을 줘서 구부리는 실험을 할 사람은 거의 없겠죠. 하지만 문제는 실생활에서 저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뒷주머니에 넣고 무심코 앉았다가 휠 수도 있고,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여기 저기서 나왔습니다.

패러디도 쏟아졌죠. LG가 휘어지는 G플렉스를 등장시키더니, 초콜렛 회사 킷캣은 차라리 부러지는게 낫겠다고 비꽜습니다. 나중엔 녹아 내리는 것 같은 '아이폰 달리 버전'이 나올거라는 말에, 개그사이트에서는 모토롤라 레이저처럼 생긴 '아이폰 레이저'를 만들어 올렸습니다. '1회용으로 고안됐다'는 말까지 넣어서요.

궁금한건 애플의 대응입니다. 애플은 이미 비슷한 일을 겪어 봤습니다. 아이폰 4때 통화가 잘 안되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당시에 애플은 아이폰4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금속으로 전화기를 두르면 안테나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파가 들어올 작은 구멍을 뚫어뒀는데, 사람들이 손바닥으로 그 구멍을 막았을 때는 통화가 잘 안됐던 겁니다. 그래서 그때 사건을 '안테나 게이트'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회사 같으면 바로 사과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 애플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사과하지 않았던 것이죠. 스티브 잡스가 직접 기자들을 불러모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가 완벽하지 않거든요. 우리 모두 그걸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용자들을 만족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모든 스마트폰 회사의 문제로 만들고는,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환불해 주겠다, 그렇지 않은 고객들은 안테나를 강하게 만들어 줄 무료 케이스를 받아서 씌우라고 말했던 것이죠.

당시에 스티브 잡스의 행동은 뭐랄까, '바람을 피웠다가 애인에게 걸리고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나쁜남자' 같았습니다. 사과하지 않습니다. 대신 "난 완벽하지 않아. 남자들은 다 그래. 하지만 이제부터는 너를 만족시키며 살거야. 원한다면 떠나도 좋아. 하지만 남는다면 더 잘해줄께"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거죠. 그리고 실제로 소비자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설득당했던 것이죠.

애플은 이번에도 이 전략을 쓰려는 것 같습니다. 구부러지는 일은 극히 드물고, 일상사용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단 9명만 불만을 말했는데, 잘못이 없다는게 확인되면 환불해주겠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전략이 성공할까요? 글쎄요.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이유는 '나쁘지만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독특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안테나게이트' 이후 미국 언론들도 이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그들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한 것일까, 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그는 어떻게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한 것일까"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그래도 되는, 독특한 인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팀 쿡입니다. 옆에 있다면 귀에 대고 "정말 자신 있어서 이러는 거예요? 당신은 팀 쿡인데?"라고 묻고 싶습니다. 게다가 팀 쿡은 안테나게이트 당시에 잡스에게 "우리는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가 되고 있다, 독선적이고 오만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통화 문제와 휨 문제는 다르다는 겁니다. 통화는 다시 걸면 되지만, 한 번 휜 전화기는 다시 펼 수 없습니다. 불만도 커져가겠죠.

여러 영상으로 봤을 때, 아이폰 6 플러스는 전세계 곳곳에서 휘고 또 휠 겁니다. 애플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회사도 없어서 당분간은 사람들이 참겠지만, 휜 전화기가 늘어날 수록 질문은 커져갈 겁니다. '잡스 식 나쁜 남자 놀이'가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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