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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당 뺑덕', 치정극으로 돌아온 심청전…19금 역발상

[리뷰] '마당 뺑덕', 치정극으로 돌아온 심청전…19금 역발상
고전에 충실한 각색일까. 아니면 비틀기일까.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 제작 동물의 왕국)은 전자와 후자 모두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착한 효녀와 봉사 아버지 그리고 못된 뺑덕, 인당수와 공양미 300석. 고전 소설 '심청전'의 주요 인물과 이야기의 핵심 키워드 등이 현대로 넘어왔다. 감독은 '효'의 텍스트를 '욕망'의 텍스트로 치환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그 결과 영화 '마담 뺑덕'은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고전 소설을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그의 딸 사이를 집요하게 휘감는 사랑과 욕망, 집착의 치정 멜로로 재탄생 됐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린 대학 교수 학규(정우성)는 지방 소도시에 내려와 문화센터의 문학 강사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놀이공원 매표소 직원으로 일하는 순박한 처녀 덕이(이솜)를 만나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빠진다. 그러나 학규는 곧 복직돼 서울로 돌아가고 덕이는 버림받는다.

8년 후, 학규는 작가로 명성을 얻으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딸 청이(박소영)는 엄마의 자살이 아버지 탓이라 여기며 반항하고, 학규는 눈이 멀어져 가는 병에 걸린다. 이때 앞 집으로 세정이라는 매력적인 여자가 이사를 오고 학규와 청이는 그녀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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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요 인물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야기의 화자와 관점은 조금 다르다. 총 3막의 구성으로 이뤄진 '마담 뺑덕'은 1막은 뺑덕, 2막은 학규, 3막은 심청이 중심이 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을 띄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학규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 마디마디를 열고 닫는다.

'마담 뺑덕'이 주목한 것은 원작에서 단순한 악녀로만 묘사된 '뺑덕'의 전사였다. 그녀는 왜 학규의 등을 처먹는 나쁜 여자가 됐을까. 앞서 학규와 뺑덕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같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영화는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물음표를 채운 것은 '효'가 아닌 '욕망'이었다.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도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본능인 욕망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은 '심청전'을 효를 위해 몸을 던지는 잔혹한 판타지 소설로 해석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자신을 팔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의 선택이 '효심'으로만 칭송하기엔 잔혹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비트는 작업을 통해 '욕망의 대가', '윤리적 딜레마' 등 인물간 갈등을 유발할만한 요소들을 부각했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등의 메시지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관통한다.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는 전복의 쾌감을 전한다. 대표적으로 뺑덕을 이유 있는 악역으로 그리며 인물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게끔 한다. 또 학규를 향한 청의 부성은 사랑만큼이나 증오도 가득한 애증의 형태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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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 후반부의 온도 차가 크다. 전반부가 인물의 욕망으로 들끓는 멜로라면 후반부는 차가운 복수로 가득한 심리 스릴러다. 이것이 '마담 뺑덕'의 개성인 동시에 기괴함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 야심차게 시도한 '심청전'의 대입과 변주는 보는 내내 흥미를 유발하지만, 이야기의 개연성과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데는 섬세하게 공을 들이지 못한 느낌이 든다. 특히 아쉬운 것은 후반부 극의 흐름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청이의 인물 묘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타이틀롤을 맡은 이솜이다. 시골 처녀의 순박한 분위기는 물론 도회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팜므파탈까지 상반된 매력을 두루 발산한다. 정우성은 욕망에 눈 먼 지식인의 모습을 능글맞게 소화하며 전에 없던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19금 치정극인 만큼 영화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남녀의 중요부위를 제외한 전라 노출과 과격한 행위가 돋보이는 베드신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노출에서 느껴지는 에로티시즘보다는 인물의 감정적 파국이 더 크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배신과 복수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것도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떤 답을 내리게 될까. 학규의 고백과 관객의 눈을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상영시간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10월 2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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