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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원나잇스탠딩' 은밀한 유혹의 목적은?

[월드리포트] '원나잇스탠딩' 은밀한 유혹의 목적은?
쓰촨성 청두의 명소인 콴자이 거리에 늘씬한 미녀들이 나타났습니다. 하나같이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간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에 족히 10cm는 넘어 보이는 아찔한 킬 힐을 신었습니다. 삽시간에 주변의 시선을 끌어 모은 그녀들은 미리 준비해 온 피켓을 하나씩 치켜들었습니다. 피켓에 적힌 글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방문을 열게 해 달라!" 여기서 '카이팡'(개방)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먼저, '어른'들이 주로 쓰는 은어적 의미인데, 은밀한 공간을 누군가에게 개방해준다는 뜻의 ‘하룻밤 풋 사랑’, 영어로 옮기자면 '원나잇스탠딩(One Night Standing)'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점잖은 다른 의미로는 ‘집을 판다’, 다시 말해 주택 판매를 뜻합니다.

몰려 든 사람들이 이 여성들에게 이벤트의 목적이 뭔지, 신분은 뭔지,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녀들은 마스크를 쓴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선정적인 차림새로 미뤄 유흥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호객하러 나온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청두 지역의 한 부동산 회사가 준비한 깜짝 판촉 이벤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카이팡'의 중의적인 의미를 이용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던 겁니다.
취파
요즘 중국의 부동산 회사들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 정체와 함께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징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같은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중,소 도시들입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대부분의 중소 도시의 주택 판매량과 거래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투자 선호도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방도시들 가운데 공교롭게도 앞에서 말씀드렸던 쓰촨성 청두의 하락세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국 도시들 가운데 투자 선호도 순위 8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3위로 5단계나 떨어졌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얼마전 분양권 보유자의 80%가 분양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부동산 개발회사와 중개회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하나, 둘 폐업 대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된 세수였던 부동산 관련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방 정부들은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해 유령도시가 속출하는가 하면, 부동산 활황을 전제로 무리한 주택 구매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은 부실 채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중국 전체 경제의 30%를 차지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은 시진핑 지도부의 집권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는 위기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취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앙 정부는 물론, 각 지방 정부는 부동산 관련 규제를 속속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과 납세증명이나 사회보험이 없는 타지인은 집을 살 수 없도록 규제했던 족쇄가 슬그머니 풀려 버린 겁니다. 소형 주택은 몇 채씩 구매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꺾인 투자 열기가 임기응변식 규제 완화로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불경기에 살아남기 위해 부동산 회사들의 생존 게임은 갈수록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갈수록 더욱 자극적인 호객 이벤트와 기상천외한 끼워팔기 같은 마케팅 기법도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분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이미 고성장 시대를 마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U'자형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껏 몸 달은 부동산 회사들을 상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견줘보며 한껏 '갑' 행사를 해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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