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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아끼려 학생인턴 혹사하는 중국 IT기업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이려 직업학교에 다니는 어린 인턴들을 혹사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현지시간) 고발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법에는 18세 이하의 고등학생 인턴에게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나 야근, 전공과 무관한 업무 등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습니다.

중국 전체 노동력에서 인턴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IT업계에서는 인턴이 일반 근로자의 숫자를 초과하는 현상까지 발생합니다.

실제로 충칭에서는 수천명의 고교생 인턴들이 전자제품 조립 작업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하는 회사는 세계적인 IT업체의 납품업체들입니다.

문제는 이들 학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직업학교의 대학준비반 학생인 샤오모(16)양은 "이번 여름방학 때 컴퓨터 조립 공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느닷없이 받았다"며 "아무래도 속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샤오와 같은 반 학생들은 현재 휼렛패커드의 공급업체인 콴타 컴퓨터에서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일간 인턴으로 일합니다.

18세 이하의 근로 규정에 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샤오는 "야근 때에는 너무나 피곤해 졸면서 일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중국 교육부는 2010년 직업학교가 노동력이 부족한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생 인턴 제도를 공식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인턴은 학교 사정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까지 가능하며 학생들은 이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서는 매년 최소한 800만명의 직업학교 학생들이 인턴을 하는 것으로 교육부는 집계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해안지대의 제조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해안지역의 IT 기업들이 대거 내륙으로 이전했고 이에 따라 내륙에서는 노동력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내륙지방의 최저임금이 해안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해안 노동자들이 이주를 꺼린 탓입니다.

친레이(18)는 "일반 근로자들은 보수가 많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라며 현지의 인력난을 설명했습니다.

친은 최근 페가트론의 랩톱 컴퓨터 조립공장에서 1년간의 의무적인 인턴 과정을 마쳤습니다.

중국 공장들은 브로커들에게 학생 인턴 한명당 500∼1천 위안의 알선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보험료나 다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일반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남는 장사라는 게 업계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한편, 휼렛패커드와 애플 등은 중국 협력사에 인턴에 관한 노동법 규정을 준수하도록 당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위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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