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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는 옛말…시진핑의 전방위 '대국외교'

'도광양회'는 옛말…시진핑의 전방위 '대국외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1인자인 총서기에 취임한 지 11월이면 만 2년에 접어든다.

시 주석은 지난 2년간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전방위 '대국 외교' 행보를 펼쳐 왔다.

과거의 외교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 대신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주장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국익과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다음 달 열리는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를 통해 내치를 공고히 한 뒤 오는 11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기후정상회의와 곧 열리게 될 제69차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와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보내기로 한 것도 4중전회와 APEC 정상회의라는 양대 행사를 차질없이 준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집권 2년간 한국, 몽골 등 동아시아 주변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남미, 유럽,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를 무대로 각국과의 정치·외교 관계는 물론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동반자'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출국해 30개 가까운 나라를 방문했다.

시 주석이 지금까지 펼쳐온 외교정책과 대외노선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 갈등 불사ㆍ정면돌파 시도 = 시 주석 외교의 특징은 주변 국가의 자극이나 주장이 중국의 국익에 저해된다고 판단되면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정면 돌파하며 국익 수호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방미를 통해 유일한 '슈퍼파워'인 미국과는 신형 대국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는 양국간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하는 '윈-윈'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골자지만 중국은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미국에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과거에 비해 갈등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유례없는 갈등을 겪고 있으며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을 작심하고 비난하고 있다.

또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빚는 베트남, 필리핀 등에 대해서도 국익은 양보할 수 없다며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과거 중국은 주변 국가의 자극이나 도발행위에 수동적으로 반응해 왔고 격렬한 논쟁거리는 나중에 해결하자며 뒤로 미뤘지만, 지금은 자신의 안을 갖고 주도적으로 행동에 나선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대외노선은 국방력 강화와 함께 펼쳐지고 있다.

시 주석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 '강한 군대'를 기치로 국방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영토주권 및 국익 수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전방위 외교 = 시 주석 외교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중국을 먼저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국가의 규모나 과거의 구원(舊怨) 등을 개의치 않고 전방위적으로 찾아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주변국 중에는 일본과 북한, 베트남, 필리핀 등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국가를 찾았다.

일본, 베트남, 필리핀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국가이며 북한은 제4차 핵실험 위협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등의 문제로 예전의 긴밀한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상태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과거의 앙숙이자 국경분쟁을 겪는 인도를 방문했으며 스리랑카와 몰디브도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각각 42년과 28년 만에 찾는 등 작은 섬나라까지 샅샅이 훑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주변국 정책을 '친하게 지내며 성의를 다하고 포용하며 더불어 지낸다'의 의미를 담아 '친성혜용'(親誠惠容)으로 규정하고 있다.

◇ '일대일로' 외교 …"큰 구상과 목표 갖고 체계적으로 추진" = 시 주석 외교는 또 이른바 큰 구상과 목표를 갖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취임 후 방문한 국가의 상당수는 중국이 추진 중인 대규모 경제협력 구상인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관련이 큰 나라들이다.

'일대일로'란 중국의 중서부 개발을 통해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을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남부 지방과 바닷길을 개발함으로써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진출을 도모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시 주석이 몰디브와 스리랑카와 같은 작은 섬나라를 찾은 이유는 양자관계 강화 측면도 있지만 해상실크로드 추진과정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해외 순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개발도상국에는 세계 최대의 개도국을 자처하며 '큰 손'으로서 대규모 원조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몽골을 방문해 "'중국발전'이란 기차에 무임승차를 하는 것도 환영한다"며 중국 발전의 결과물을 몽골 등 개도국과 공유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세계질서 재편 의지 드러내 = 그의 대외노선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브릭스(BRICS)의 자체 개발은행 설립,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지난 5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의 안보 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한 테러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이 안보 분야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안보와 경제를 외교와 대외 노선을 펼치는 과정에서 '두 바퀴'로 삼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시진핑 체제 들어 중국이 러시아와의 '신(新) 밀월기'를 구가하면서 관계 강화에 나서고 중동 문제 등 국제적 이슈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세계 다극화 추진 및 제3세계와의 협력 등을 강화하는 것도 미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중국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 관례 탈피ㆍ친근한 외교 행보 = 시 주석은 한번 출국하면 여러 국가를 차례로 방문해 온 관례를 깨고 한국과 몽골을 단독으로 방문하는가 하면 '친척집'을 방문하듯이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친근하고도 푸근한 이미지의 외교를 펼친 것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당대세계연구센터 차오밍하오(趙明昊) 연구원은 "'친척집 방문'(走親戚) 개념은 시 주석의 주변국 방문과정에서 수차례 드러난 부분"이라며 "이런 외교방식은 동방문명의 두드러진 특징인 친근감과 인정미를 구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에는 세련된 이미지의 가수 출신인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중국 지도부의 적극적 외교는 시 주석뿐만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부 7인이 역할을 나눠 해외 순방에 나서는 방식으로도 구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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