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히잡'쓰고 농구하면 안 되나요?

카타르 여자 농구 대표팀 히잡 파동 내막은?

[취재파일] '히잡'쓰고 농구하면 안 되나요?
  대회 5일차인 24일, 여자 농구 예선 경기에서 몰수패가 나왔습니다. 오후 4시 15분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카타르와 몽골의 예선 A조 4경기입니다. 경기 시작 시간이 지났지만 한참동안 경기는 열리지 않았고, 이내 코트 위로 나온 두 팀 선수들은 관중석을 향해 인사만한 뒤 곧바로 퇴장했습니다. 어리둥절한 팬들을 뒤로 하고 전광판에는 ‘20:0’의 점수가 찍힌 채 몽골의 승리가 선언됐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에 의해, ‘히잡을 쓰면 안된다는 규정에 따라 카타르 대표팀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자초지종이 방송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입니다. 선수들이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하려 하자 주최 측에서 규정을 들어 막았고, 이에 카타르 여자 대표팀이 아예 경기 포기를 선언한 겁니다.

  일부 카타르 선수는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불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왜 농구만 히잡을 쓰면 안 되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최 측에서 히잡을 써도 된다고 했다가 경기 당일에서야 안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이 말대로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종교적 차별의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주최 측의 치명적인 잘못입니다. 평소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국제 대회에서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때마침 한 매체는 ‘주최 측이 괜찮다’고 했다는 한 카타르 선수의 발언을 인용해 ‘히잡 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 핸드볼도, 배구도 했는데, 왜 농구만 안되나?
- 결론부터 말하면 규정대로 하는 게 맞습니다. 국제 대회에서는 해당 종목을 관장하는 최상위 기구인 국제연맹, 국제협회의 규정을 따르는 게 정석입니다. 주최 측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자의적으로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규정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 국제농구연맹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물체도 머리에 두르고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몸과 몸이 맞부딪히는 농구 경기의 특성상, 서로 몸을 다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여자 핸드볼과 여자 배구에서는 이슬람권 선수들이 히잡을 쓰고 경기했습니다. 선수들끼리 접촉이 없는 배구는 그렇다치고, 역시 몸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핸드볼은 왜 안 되나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해당 종목 조정관에게 문의한 결과, 배구와 핸드볼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규정이 없다면 모를까, 해당 규정이 있다면 경기 담당관이 규정에 의거해 경기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2. 왜 유독 히잡만 안 되나?
  머리에 어떤 것도 두를 수 없다고 하지만, 머리끈이나 간단한 머리띠는 가능합니다. 그러면 왜 히잡만 안 된다고 한 걸까요. 대학 농구 감독 출신인 하헌군 인천아시안게임 농구 종목 조정관에 따르면 “머리와 목을 두르는 히잡의 특성상 몸싸움 도중 목 부위를 다칠 수 있다고 경기 담당관이 판단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히잡 사진 보고 가실까요.

아시안게임 히잡
아시안게임 히잡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눈 부위만 내놓는 부르카, 니깝과 달리 히잡은 머리와 목만 감싸고 얼굴은 내놓습니다. 부르카의 간편 버전이라고 할까요. ‘목을 두르고 있어 위험하다’는 설명도 일견 일리 있습니다.

3. 종교 차별? 조직위의 실수?
결정적으로, 경기의 진행과 몰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파견된 TD(Technical Deligation)입니다. 우리 말로 기술 담당관, 기술 위원 정도로 옮길 수 있습니다. 다시 해당 경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경기 포기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해당 종목 TD는 “FIBA 규정집을 공수해 직접 펼쳐가며 규정을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종교적 차별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해당 TD의 국적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히잡 쓰고 농구하면 안된다’는 건 국제 규정에 의한 것이고, 절차가 미숙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도 어느 정도 설명됩니다. 따라서 이번 ‘히잡 소동’은 카타르 선수단과 우리 조직위 간의 ‘미스커뮤니케이션’ 탓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카타르 선수단의 잘못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직위는 해당 경기 TD와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을 직접 종합해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