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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타고 '사이클' 타고 금맥 캔 태극 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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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타고 '사이클' 타고 금맥 캔 태극 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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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을 태릉선수촌에서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색다른 훈련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장소가 펜싱장이 아니라 선수촌에 함께 있는 <한국스포츠개발원>이었습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을 비롯한 선수들은 인기그룹 씨스타의 히트곡 ''Touch my body' 등 경쾌한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진욱 박사가 고안한 '스텝 트레이닝(Step Training)'으로 펜싱 스텝을 밟으면서 손을 허리까지 올려서 손과 발이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훈련이었습니다.

  지난 런던올림픽 때 우리 대표팀은 일명 '발 펜싱'으로 불릴 만큼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최강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유럽 선수에 비해 체격이 작고 팔도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대신 빠른 발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1분당 스텝 수는 80회 정도로 유럽 선수들의 두 배에 달합니다.

  '스텝 트레이닝'은 이런 한국 펜싱의 강점인 '발 펜싱'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정진욱 박사는 스텝 훈련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은 발이 빠르다고 얘기하죠. 그런데 발만 빠르면 안 되고 손발이 동시에 잘 나가줘야 합니다. 발은 빨라서 나갔는데 팔이 느려서 맞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손발이 '잘 맞도록' 해주는 '협응' (協應, coordination)이 중요합니다."손과 발 속도를 맞춰주는 이런 '협응' 훈련을 통해 우리 선수들은 발만큼 손도 더 빨라졌습니다. '스텝 훈련'이 얼핏 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여도 2분 30초 동안 음악에 맞춰 계속 움직이고 30초 쉬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선수들의 얼굴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됐습니다.

  '스텝 훈련'을 마친 선수들을 기다린 건 사이클 훈련이었습니다. 심박 측정기를 차고 사이클에 올라 전력 질주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구력을 높이고 선수별로 순간 스피드와 회복 속도를 측정해 훈련에 반영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예선부터 결승까지 하루에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펜싱은 기술 못지않게 체력도 중요합니다. 특히, 스텝 수가 많고 더 많이 움직이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힘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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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만났던 선수들 모두 이번에 아시안게임 시상대 맨 윗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라진이 개인전 금메달, 김지연이 은메달을 차지한데 이어 단체전에서 난적 중국을 꺾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습니다.스텝 훈련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발 펜싱'은 위력을 더했고, 사이클 훈련도 효과를 봤습니다.김지연 선수는 단체전 결승전을 마친 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한번 더 버티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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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사브르를 비롯한 우리 '태극 검객' 들은 요즘 펜싱장을 '대한민국의 독무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포츠 과학'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지킨 한국 펜싱.벌써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쓸 새로운 역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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