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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롯데의 꼼수…"107층 부산 롯데타워 건설은 어디 갔나요?"

[취재파일] 롯데의 꼼수…"107층 부산 롯데타워 건설은 어디 갔나요?"
- 부산의 옛 부산시청 자리에 가면 ‘롯데타운’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부산의 중추도로인 중앙로 바로 전면에 시야를 가리고 있어 보기에도 흉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건축허가를 해주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 거대한 건물은 롯데백화점 광복 점과 아쿠아 몰(쇼핑몰)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동 등
3개 대형 건물로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야말로 롯데쇼핑타운이라고 할 만 하죠. 백화점은 2009년 12월 쇼핑몰은 2010년 8월에 문을 열었고 초대형마트와 복합상영관이 들어서 있는 엔터테인먼트 동은 올 9월부터 개장해 영업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동은 당초 허가 시에는 할인점과 상영관등으로 모호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초대형 마트를 입주시켰고 복합상영관은 2천석이 넘는 초대형 상영관이 됐습니다. 말이 엔터테인먼트 동이지 9층 건물에 대형마트와 영화관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부산시민을 상대로 돈이 되는 상업유통시설만 잔뜩 집어넣은 겁니다. 사실 대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거대 상업시설을 지어 돈을 벌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 문제는 이 부지가 공익적 목적의 관광시설 용도로 한 매립지가 포함돼 있고 이 때문에 거대 상업시설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롯데는 지난 1995년부터 부산에 107층짜리 초고층 관광 랜드 마크 건물을 짓겠다고 부산시민들에게 약속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옛 시청과 경찰청 부지를 매입하고 인접한 민간가옥과 상업시설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부지만으로는 모자라자 부산의 주요 뱃길인 영도대교 앞바다를 매립하겠다고 허가 신청을 냈습니다. 당시 선박안전운항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며 해운관계자와 시민들의 반발이 크게 있었지만 부산시는 체류 형 관광 랜드 마크를 건설하겠다는 롯데의 약속에 적극 협조했고 해양수산부로부터 2002년 만 2천여 ㎡의 매립허가를 받았습니다. ‘호텔 및 관광시설 용지’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 13년이 지난 현재 핵심시설인 107층짜리 ‘롯데타워’는 어떻게 됐을까요? 지하기초공사만 해 놓은 채 지상공사는 멈춰서 있습니다. 아직도 설계중이라는 겁니다. 지상 부 공사는 현재 외국 전문설계업체에서 설계를 하고 있고 올 연말까지 설계안이 나오면 내년부터는 공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해명했습니다.

그동안 거대한 상업시설은 다 완공돼 영업을 하고 있지만 롯데 측은 타워 동 완공기간을 최초 2005년 3월에서 2013년 12월로 또 다시 2019년 12월로 연기 시켜 놓았습니다. 부산시는 롯데 측의 요구대로 순한 양처럼 무조건 받아줬고요. 롯데는 지난 2012년 5월에 2016년 5월 완공을 목표로 롯데타워 공사에 들어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전국 언론에서 일제히 크게 보도했습니다. 이때가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엔터테인먼트 동을 착공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동을 지으면서 롯데 타워공사를 명분으로 내세운 겁니다. 지하 기초공사도 타워동과 백화점,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동이 함께 연결된 공동시설로 타워 동을 짓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기반시설입니다. 그러나 롯데는 기초공사를 끝내고 엔터테인먼트 동이 거의 완공되자 2013년 12월에 타워 동의 완공 일을 2019년 12월로 또 다시 슬그머니 연기했습니다.

취파


- 그러면 롯데는 타워 동 건설에 왜 소극적일까요? 롯데는 지난 2009년 11월 107층 타워 동 가운데 아파트 35개 층과 오피스텔 등 주택시설 용지 83개 층을 용도지구 지정을 변경해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매립목적을 ‘관광사업. 공공용지’ 외에 ‘주택시설 용지’를 추가해 주도록 요청한 겁니다. 롯데타운의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내걸었습니다. 롯데는 온갖 상업 시설도 모자라 고급 주거시설까지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해수부 중앙 연안 관리심의회에서 위원 9명 중 8명이 반대해 부결 처리되자 타워 동 공사는 지지 부진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 겁니다.

롯데타워 건설 관계자는 주거시설용지 허가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거시설 허가를 받지 못하면 타워 동 건립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타워 동을 반드시 건립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말만 할 뿐 상당한 어려움이 뭔가에 대해서는 밝히길 꺼려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해수면 매립법엔 “매립준공검사 뒤 10년 동안에는 매립목적변경이 불가”하도록 돼있습니다. 매립 준공검사가 2008년이었으니 2018년 이후에는 매립목적 변경을 재추진 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마 그 전에 시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시 용도변경을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롯데의 막강한 로비로 결국은 주거시설 도입을 허가 받고 2018년 이후 공사에 착수할 수도 있겠죠. 물론 2019년 12월로 예정된 준공날짜는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매우 농후합니다.

- 롯데타운이 들어선 곳은 자갈치시장과 건어물시장 부평시장 등 부산의 전통적인 재래시장이 즐비하고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인 남포동과 광복동 등 쇼핑, 패션의 중심가가 위치해 있습니다.
상인들은 말합니다. “처음에 할인점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대형마트가 들어설 줄 몰랐다”고 합니다.

복합상영관도 2천석이 넘는 초대형 영화관이 들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역을 해 온 향토 영화관인 부산극장과 대영극장은 그야말로 대위기입니다. 부산의 전통적 번화가인 광복동과 남포동도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롯데백화점과 쇼핑몰은 거대한 블랙홀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공적 목적의 매립이 대기업의 돈벌이에 악용되고 기존 상권의 힘없는 상인들은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습니다. 반면 롯데는 부산 본점과 해운대 센텀점, 광복점 등 3개 백화점에서만 한 해 2조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롯데의 탐욕이 끝이 없습니다 관할 부산시와 구청은 롯데의 자본력 앞에 힘없는 예스맨이었습니다. 시민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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