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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유아 비행기 탑승, 안전할까?

"안고 탈래? 돈 낼래?"…선택은 고객의 몫

[취재파일] 영유아 비행기 탑승, 안전할까?
비행기를 타는 경우 종종 아기를 안고 좌석에 앉아 있는 부모들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보호자와 동반하는 만 24개월 미만 유아는 성인 항공료의 10%만 내면 비행기(국제선) 탑승이 가능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비행기 이륙부터 착륙까지 품에 안고 가는 겁니다. 아이는 긴 여정 때문에 울기도 하고 짜증도 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부모 품에 안겨 있는 아이의 모습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아기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는 난기류 속에서는 아이들이 좌석 등받이에 부딪혀 다치거나 부모 무릎에서 튕겨져 나갈 우려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비행 중 소아 사망에 관한 연구에서 사망자의 연령은 대부분 3세 이하 영유아였고 장거리 편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사망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따로 좌석이 없이 부모 품에 안겨서 잠이 든 경우, 부모가 자세를 바꾸는 과정에서 아이의 호흡기가 눌려 일종의 ‘영아돌연사증후군’과 유사한 형태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 국제 긴급후송 서비스업체가 최근 2년 반 동안 처리한 기내 응급의료상황 81,104 건 가운데 9.3%인 7,573건이 어린이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교통안전국은 비행기 안에서 만 24개월 미만 영유아의 카시트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카시트를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번거로울뿐더러, 여행 내내 짐이 되기 때문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또 카시트를 설치하려면 아기용 항공권을 따로 끊어 좌석을 하나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연방항공청은 기내 카시트 사용을 의무화할 경우 부모들이 자녀의 항공권을 따로 구매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대신 자동차나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이라며 교통안전국의 권고를 무시했습니다. 항공사 고객 감소를 우려한 것이죠.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항공사에도 유아 기내 안전좌석에 대한 의무사항이나 지침은 전무합니다. 대신 별도의 항공권을 끊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한 만 24개월 미만 아기들에게는 무료 유아 요람을 지급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람 서비스는 선착순으로 신청이 마감되며, 비행기 한 대당 지급 가능한 요람의 개수도 한정돼 있습니다. 또 이착륙 시에는 요람을 설치할 수 없어,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는 부모가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합니다. 아기용 항공권을 따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항공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성인 항공료의 약 75%를 내고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아용 좌석을 추가로 확보한 경우 카시트를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데, 모든 제품이 다 되는 것은 아니고 각 항공사의 기준에 맞는 규격의 카시트여야만 가능합니다.

결국 비행기에 탑승하는 아이들의 안전은 부모 스스로가 얼마나 신경 쓰느냐에 달렸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항공사 고객 감소를 우려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알아서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라’는 항공사의 입장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항공사는 항공사 나름대로 ‘돈을 더 내고 카시트를 가져오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항공사가 영유아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의무 규정 없이 ‘부모 무릎에 앉아서 가도 되는’ 위험천만한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역시 영유아 비행기 탑승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고 대비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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