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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완투 사나이의 딸, 아시아를 찌르다

펜싱 女사브르 단체 '금' 윤지수는 윤학길 롯데 전 2군 감독의 딸

아시안게임 완투 사나이의 딸, 아시아를 찌르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 완투 기록을 보유한 야구선수의 딸이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 출전한 윤지수(21·동의대)는 윤학길(53) 전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의 딸이다.

윤 전 감독은 롯데 현역 선수 시절 통산 100완투를 기록한 강철 어깨의 상징이다.

100완투는 선발, 계투, 마무리의 역할이 세분화된 오늘날에는 범접할 수 없는 불멸의 대기록으로 여겨진다.

역할의 구분을 뛰어넘어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아버지의 투혼을 이어받은 딸이 아시아 정상의 무대에서 '사고'를 쳤다.

윤지수는 세 명의 선수가 순서를 바꿔가며 세 번씩 출전해 총 9라운드를 겨루는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의 3, 5, 7번째 주자로 나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26·익산시청)과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이라진(24·인천 중구청)이 가장 부담이 큰 마지막 9번과 선봉에 배치됐기에 윤지수는 페이스를 잘 이어가기만 하면 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첫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라는 부담 때문인지 윤지수는 3라운드에서 중국의 신예 위신팅(18)에게 2-5로 밀렸다.

윤지수뿐만 아니라 이라진도 1, 4라운드에서 2점과 3점씩 내는데 그쳐 한국은 경기 초반 14-20으로 끌려갔다.

더 점수 차가 벌어지면 안방에서 중국의 대회 4연패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윤지수가 피스트에 섰다.

국제펜싱연맹(FIE) 랭킹 8위에 올라 있는 중국의 에이스 선천(24)을 맞이한 윤지수는 오히려 대공세를 펼치며 라운드 점수에서 8-5로 앞섰고, 한국은 기세를 이어받은 김지연이 6라운드에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애초 언니들이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윤지수였지만 오히려 앞장서서 팀의 위축된 기운을 끌어올리고 역전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윤지수는 경기 후 "선천은 짧은 공격과 역습에 강한데 저는 긴 공격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선천이 오히려 (한국에서 가장 약한) 제게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물려준 아버지에 대해서는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제 갓 20대로 접어든 윤지수는 부산디자인고 선배인 김지연, 이라진과 함께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한국 펜싱을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윤지수는 "이제는 국내에서도 펜싱 대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반드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더 큰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2년 뒤를 겨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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