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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역도 강국 북한이 말하는 비결

‘계란으로 바위를 깬다?’

[취재파일] 역도 강국 북한이 말하는 비결
어제 오전 북한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엄윤철과 김은국이었습니다. 남자 56kg급에 출전한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의 몸무게의 3배가 넘는 170kg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입니다. 김은국 역시 합계 332kg을 들어 올리며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엄윤철과 김은국 말고도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역도 강세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리종화마저 여자 58kg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리종화는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원수님께서 안겨 주신 배짱으로 무조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대회 나흘째까지 열린 역도 8종목에서 북한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 모두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북한에서 역도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0대 체육인 중 절반인 다섯 명이 역도 선수일 정도지요. 엄윤철, 김은국 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10분 내외의 미니다큐의 주인공으로 조선중앙방송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재작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김은국이 허리부상을 이겨내고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있어 올림픽에서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는 내용의 방송이 전파를 탔습니다. 실제 김은국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역사(力士)의 역사(歷史)’를 썼지요.

북한이 이렇게 역도에 강한 것은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역도 선수권 대회에 직접 찾아가 관람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엄윤철, 김은국, 림정심은 ‘노력영웅’ 칭호와 함께 고급 아파트와 승용차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체육 강국 건설’을 목표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면 후한 보상을 해주는 것입니다. 조선중앙방송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김정은 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을 방영하며 후한 보상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조기 영재 교육’도 역도 강국 북한의 비결로 꼽힙니다. 역도의 인기와 후한 보상에 비례해 북한에선 많은 아이들이 역도 선수를 희망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이한경 SBS 아시안게임 역도 해설위원은 “이번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의 어깨와 팔 근육을 보면 세계적인 강자가 즐비한 중국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선천적인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을 잘 발굴해 체계적으로 훈련 시켜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정상급 선수들이 부상과 약물 복용 등으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점도 북한 역도 강세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결은 역시나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이었습니다. 엄윤철은 북한 역도의 강세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기자들에게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며 질문으로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은 계란에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셨다”면서 “그 덕에 인공기를 펄럭이고 북한 애국가를 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듣고 싶은 비결 대신 ‘사상’만 자랑하는 북한이 다음에도 기자회견을 연다면 그때는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참석할 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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