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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경절, 밥솥을 노리는 그들이 온다!

[취재파일] 국경절, 밥솥을 노리는 그들이 온다!
1983년 2월 10일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김포 세관 직원들은 요즘 일제 전기밥통 때문에 몹시 골치가 아프다. 그도 그럴 것이 내국인이고 재일교포고 일본에서 오는 사람은 거의 모두 이것을 사들고 오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비좁은 세관창구에 전기밥통이 든 하얀 종이상자가 줄을 이으면 세관 직원들은 그만 맥이 탁 풀린다. …(중략)… 작년 한 해 1만 5천개 이상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40~60개씩 김포세관을 통과했다는 계산이다. …(중략)… 어떤 국회의원은 시집갈 딸 몫으로 이것을 사왔다고 했다. 재일교포 정 모 씨는 “고국의 친척들에게 이것처럼 좋은 선물은 없는 것 같더라.” 며 귀국할 때마다 이것을 사온다고 했다.
최초의 전기밥솥_6

이 기사는 1980년대 ‘전기밥솥 파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재일교포들이나 무역상들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일본 특정 회사의 전기밥솥을 가져와 선물을 한다거나, 판매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명 ‘코끼리 밥솥’이라고 불린 조지루시사의 전기밥솥입니다.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도 않았던 데다 이른바 ‘일제’라는 이름값이 붙으면서 이 전기밥솥은 주부들의 로망으로 떠올랐습니다. 보온밥솥에 밥을 3일 동안 보관해도 군내가 나지 않는다는 등의 별의 별 칭찬이 떠돌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묵는 일본 호텔 주위에는 밥솥 전문 매장이 생겨났습니다. 매장에는 ‘밥솥 있습니다.’ 라고 한글로 적힌 문구도 등장했습니다.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주부들의 손에는 너나할 것 없이 여러 개의 전기밥솥이 들려있었습니다. 아예 이 밥솥을 사려고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1986년 1월 대한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국산품이 외제에 비해 손색없음이 실증되고 있습니다. 한 때 파동까지 일으켰던 전기밥솥은 국산품이 일제에 비해 겉모양이나 성능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오래 보관해도 밥이 밥통에 붙지 않으며 값은 훨씬 쌉니다.

코끼리밥솥 때문에 얼마나 난리가 났으면, 뉴스에서 이렇게 국산 전기밥솥을 칭찬해야 했을까요?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한 당시 시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 ‘전기밥솥 파동’이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황이 확 바뀌었습니다. 몇 년 사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전기밥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밥솥은 ‘한국 가면 꼭 사와야 할 품목’에 꼽히고 있습니다. 신혼부부 선물로는 더없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2011년에만 밥솥을 사 간 중국인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요우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전기밥솥을 보면 처음에는 밥만 짓는 기계가 있어서 놀라고, 두 번째는 그 밥 짓는 기계가 말을 해서 놀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전기밥솥을 잘 만든다는 의미겠죠. 최근 중국인들이 사가는 밥솥에는 중국어 음성 안내 기능도 장착되어 있다고 하니 두 손 가득 사갈 맛이 날 겁니다. 중추절에서 아시안 게임,국경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3연타’를 맞아 전기밥솥 관련 주식이 호조를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기밥솥은 1937년 일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일전쟁을 벌이고 있던 일본군이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사각형의 나무통에 쌀과 물을 넣고 전설을 연결해 짧은 시간 안에 밥을 짓는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토대로 1955년 일본 도쿄에서 전기밥솥이 처음 선을 보엿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건 1965년 지금의 엘지, 예전의 금성사에 의해섭니다. 당시 사람들은 손수 지은 밥에서 느낄 수 있는 쫀득쫀득한 식감 등이 살아있지 않다며 전기밥솥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밥을 직접 짓기 어려워지고, 여기에 일본 전기밥솥 열풍 등이 불어오면서 전기밥솥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밥솥이 각광을 받게 된 건 압력밥솥이 개발되면서 부텁니다. 강한 화력과 높은 압력을 이용해 밥을 짓는 압력밥솥은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지을 때와 비슷하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맛 좋게 밥을 지어내는 기능을 넘어 밥솥으로 삼계탕, 갈비찜을 만들 수 있게 됐죠.  빵 같은 아이들 간식을 만드는 일도 가능합니다.

더 기쁜 건 밥솥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 삼성이나 엘지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허리,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기밥솥의 또 다른 한류 바람,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로그를 참고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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