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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맏형 정지현 "살이 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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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맏형 정지현 "살이 쪄야 산다"
 레슬링이나 유도처럼 체급이 있는 종목 선수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바로 체중 감량입니다. 보통 선수들은 자기 평상시 체중의 3-4kg을 줄여 나가면 편안한데 어떤 선수는 10kg을 줄여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다이어트로 1~2kg 줄이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근육이 일반인에 훨씬 더 많아 체지방이 거의 없는 선수들은 줄일 부분도 없어 살 빼기가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종목은 감독이 선수에게 땀복을 입힌 뒤 뜨거운 사우나에 집어 넣어 놓고 아예 밖에서 문을 잠궈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레슬링 대표팀의 맏형 정지현 선수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을 코 앞에 두고 살이 안 쪄 고민이 큽니다.

정지현선수는 원래 60kg급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이후 66kg급으로 체중을 올렸는데 별로 신통치 않았습니다.

베이징과 런던 두 올림픽에서 중도 탈락했고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도 인연이 없었습니다. 2002년 부산대회 때는 입상에 실패했습니다. 2010년 광저우대회 때는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정지현 레슬링


 이제 31살이 된 정지현 선수는 이번 인천대회엔 71kg급으로 체급을 올렸습니다. 쟁쟁한 라이벌들을 피하고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체중이 쉽게 늘지 않아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됐습니다. 보통 71kg급 선수들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평상시에는 74~75Kg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정지현 선수는 요즘 선수촌 식당에서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합니다. 물론 야식으로  피자, 통닭, 족발 즉석밥까지 잔뜩 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훈련 전후로 고칼로리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잔뜩 들어간 음료까지 입에 달고 살지만 워낙 훈련량이 많아 체중 유지가 쉽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루 훈련을 3차례 하는데 낮 운동까지 하면 밤새 불었던 체중이 다 빠지고 만다는 군요. 키가 165cm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 10cm 더 작은 것도 불리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정지현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난 스피드와 지구력을 믿고 있습니다. 기술도 탁월한 만큼 초반부터 밀어 부치면 승산이 높습니다. 지난 4월, 71kg급으로 올린 뒤 첫 출전한 아시아선수권결승에서 최강자인 카자흐스탄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만큼 자신감도 넘칩니다.

정지현 선수는 현재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4살난 딸과 3살난 아들을 두고 있는데 두 아이의 태명이 재미 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첫째는 '아금이(아시안게임 금메달)' 둘째는 '올금이(올림픽 금메달)'로 지었는데 아쉽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훌쩍 자란 두 아이를 위해 이번 인천대회만큼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는 각오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투혼을 불태우고 있는 레슬링 대표팀 맏형 정지현 선수의 건투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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