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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들도 모르는 새누리당의 '묻지마 부대변인'

[취재파일] 기자들도 모르는 새누리당의 '묻지마 부대변인'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4.09.17 09:23 수정 2014.09.17 09: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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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기자들도 모르는 새누리당의 묻지마 부대변인
● 새누리당 부대변인 89명…명단은 비공개

정치부에서 대변인은 기자들의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 현안을 꿰차고 있는 당 대변인, 원내상황을 몸소 겪는 원내 대변인은 꼭두새벽이라도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현안에 답변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대변인들에게 업무가 과중되다 보니 가끔 원외 부대변인들이 활약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면 논평이나 첨예하지 않은 브리핑으로 한정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는 이런 부대변인이 89명이나 있습니다. 지난 달 25일 임명됐는데, 수석과 상근 부대변인 9명을 제외하면 80명은 비공개입니다. 그들의 파트너인 기자들도 모르는 부대변인들이 그렇게 많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 "넌 영원한 장애자야, 알겠어?"…과연 부대변인의 언어?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장애인단체 전직 간부와의 고소 사건이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서울신문에서 처음 보도한 내용인데, 장애를 비하하는 심한 욕설을 들은 장애인 단체 간부가 부대변인을 고소했다는 겁니다. 소식을 접하고 말과 글로 정견을 발표하는 부대변인이 설마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하남시지회장을 역임했던 고소인 정성구 씨를 직접 만나봤더니 아직도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달 12일 새벽, 새누리당 박 모 부대변인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들었습니다. 녹음된 당시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 씨는 지체장애 3등급 장애인이었는데, 박 부대변인은 정 씨의 불편한 오른쪽 다리 말고 왼쪽 다리도 없애 버린다는 막말도 했습니다. 정 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며, "넌 영원한 장애자야"라고 말하며 비수를 꽂습니다. 정 씨는 자기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런 욕설을 들어본 것은 난생 처음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박 모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어렵게 통화가 됐습니다. 욕설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이 그런 게 아니라 평소 사적으로 쌓인 감정이 폭발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소 정 씨가 박 부대변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자주 들러 농담을 했고, 화장품 등을 강매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부대변인 자리는 문제가 된다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부대변인이 철도업체 '뒷돈 심부름'…어쩌다 이 지경까지

지난 7월,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고, 철도시설공단 고위 간부에게 뒷돈을 준 혐의로 구속된 권영모 씨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이었습니다. 고문료 명목으로 부품업체로부터 돈을 챙긴건 기본이었고, 카드와 리스 차량도 받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정치권의 마당발이었던 권 씨는 업체들이 브로커로 활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논란이 됐던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에도 권 씨는 등장합니다. 철도 부품업체 간부를 송 의원에게 소개시켜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담당했다고 검찰은 체포동의안에 적시했습니다.

● 값싸고 폼나는 논공행상용 전리품 '부대변인 자리'

이런 일부 부대변인들의 문제는 그들이 대변인으로서 자질을 평가받아 임명된 게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부대변인 상당수는 정치권의 연줄을 잡고 최고위원들의 추천으로 자리를 받는게 현실입니다. 공통점은 전당대회에서 열심히 뛰어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어차피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직함만 내려주는 명예직이기 때문에 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대변인들은 명함에 번듯한 당직을 한줄 박아 넣고는 유지행세를 할 수 있습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겁니다. 이런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명함을 받은 부대변인이 중앙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권개입, 청탁같은 음험한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을 중앙당에서도 모를 리 없지만, 당장 노고를 치하하는 값싸고도 폼 나는 전리품을 줘야하기 때문에 묻지 마 부대변인은 우후죽순처럼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대변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재선 의원인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부대변인직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반발 때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공개했다가는 특정 최고위원을 위해 자기가 더 열심히 뛰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등쌀을 당과 최고위원들이 견디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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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의 보수혁신의 길은?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기자들에게 "청렴영생 부패즉사"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이순신 장군같이 비장함이 엿보이는 말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정치적 타협도 죄악이라고 말해 앞으로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 뜻을 내비쳤습니다. 혁신하는 보수는 국민들에게 강렬하고도 긍정적인 인상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보수혁신을 위해서 부대변인 선출 구조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평조차 써본적도 없고, 앞으로 써볼일도 없는 부대변인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물론 기자들도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 인물이 나타나면 재빠르게 해임하고 징계위에 회부한 뒤 사과하는 방식은 이제 진부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직함이 주는 야릇한 향내에만 취한 인물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부대변인 타이틀을 활용한다면 부패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의 길은 문제가 생길 때 엄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패구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혁신의 길이기를 기대해봅니다.     


▶ 장애인 비하에 욕설도…새누리 부대변인 막말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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