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뉴타운 지구 지정에 대한 인기는 대단해서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지구 지정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땅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토지 매매나 신규 건축 허가가 제한되고, 도로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개발할 거니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가리봉 지구는 2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이 전체의 72.3%를 차지하고, 폭 4미터가 안 돼 소방차나 구급차가 진입할 수 없는 도로가 6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공원이나 녹지 같은 주민 편의시설은 아예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10년간 성장이 멈추다 보니 동네 전체가 슬럼화되면서 우범지대로 변한 것이다.
서울시의 변명은 이렇다. 당초 가리봉 지구를 구로 디지털 단지와 연계된 복합지구로 개발하려 했으나, 개발이익을 노린 땅주인들의 반대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토지 보상비가 급증했고, 2008년엔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해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 사이 땅주인의 32.49%가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어, 소유자 30% 이상이 사업을 반대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지구지정 해제에 따른 행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가리봉지구 뉴타운 지구해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뉴타운 지구지정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이 슬럼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계속 주시했어야 하고,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즉각적인 행정지도에 나서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 생겼나? 6년 전의 일이다. 이제와서 우리는 책임없다며 '도시 재생의 옷을 입힌다'라는 미사여구로 은근 슬쩍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