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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주거권" vs "하숙집 생존권"…대학가 갈등

<앵커>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기숙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인근 원룸 건물과 하숙집 주인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학생들의 주거권과 하숙집의 생존권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아침부터 시위가 한창입니다.

인근 원룸 건물과 하숙집 주인들입니다.

[각성하라. 각성하라.]

[집회 참가자 : 집회하고 있는데, (기숙사) 공사차량이 다니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요.]

이화여대는 2016년까지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완공하기로 하고 최근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8%에 불과한 기숙사 수용률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단 겁니다.

[류창수/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저희는 학생들의 주거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희대와 고려대도 기숙사를 신축하기로 했다가, 임대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기숙사 신축이 대학가의 엉뚱한 갈등을 가져온 겁니다.

[대학가 주변 공인중개사 : (앞으로도) 빈방이 자꾸 늘어난다는 거죠. (부동산도) 중개 수수료가 안 들어오니까 문제가 많죠.]

학생들이 기숙사를 선호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렇게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비용상의 이점도 크기 때문입니다.

기숙사생과 자취생의 거주 비용을 비교해봤습니다.

한 달 주거 비용이 60만 원 가까운 자취생에 비해 기숙사생은 한달에 20만원 정도만 부담합니다.

1천만 원의 보증금 부담도 없고, 짧은 통학거리도 큰 이점입니다.

[백한결/기숙사생 : 밥값 같은 것도 밖에 나가서 사먹거나 자취를 하면 직접 해 먹어야 되잖아요.]

[고경화/자취생 : (만약 기숙사가 되면 들어가고 싶죠.) 네, 완전 가고 싶죠. 편리하기도 하고.]

반면, 하숙집과 원룸 주인들은 예전과 달리 빈방이 급증해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모례 하숙집 운영/공실률 20% : 내가 맨날 나가서 있고 그래, 사람들 데리고 오려고.]

[유복순 원룸 건물주/공실률 16% : 사람이 오지 않으니까 기가 찰 노릇이에요. 자다가도 깨면 생각하다가.]

최근 5년간 전국에 인허가 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33만여 가구.

이 가운데 76%가 원룸에 몰리면서 이미 공급과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박합수/국민은행 부동산 팀장 : 또한 소형 오피스텔이 증가하면서 일정 부분 이런 상향된 수준의 주택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월세도 상향되면서 기존의 원룸 시장은 공실이 늘어나는.]

현재 서울시내 대학생들 가운데 지방 출신 학생들은 30% 정도고, 기숙사 수용률은 10%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대학 내 기숙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교육부는 올해 사립대 기숙사 신축 예산에 6천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담장 밖에선 원룸이 넘치고 안에선 기숙사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하숙집과 원룸 주인들이 때아닌 생존권 시위를 벌이는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김현상, 영상편집 : 장현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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