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안전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등 사회 전 부문에서 안전의식 고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15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정 발생한 광주 서구 쌍촌동 모 아파트 단지 방화화재시 관리사무소 측의 부실대응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13일 밤 11시 53분 아파트 305동 1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재 경보기가 울렸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를 오작동으로 알고 곧바로 꺼버렸습니다.
뒤늦게 육안으로 12층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직원은 이번에는 경보등을 켰지만 이내 다시 꺼버리고 직접 불이 난 아파트에 올라가 주민을 대피시켰습니다.
이 직원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 오작동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린 줄 알고 주민 민원을 우려, 화재경보기를 껐다가 바로 켰다"며 "주민들이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오작동으로 인식해 대피하지 않을 걸로 생각해 직접 올라가 각 가구의 문을 두드려 대피시켰다"고 해명했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의 부실대응은 대피조치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화재 발생 시 상황 전파와 신고, 진화 및 입주자 대피계획을 담은 자체 소방계획서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화재가 발생하자 밤늦은 시간 소방계획서 상의 역할이 배분된 직원 대부분이 퇴근한 상태로 즉흥적으로 화재대응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야간에 경비원 1명만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화재 때는 우연히 잔업을 하느라 관리사무소 직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방계획서 상의 조치는 대부분 이행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불이 난 아파트로 뛰어올라가 가구마다 문을 두드려 대피를 시켰으나 불이 난 12층 윗세대는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12층 이상에 거주하는 가구는 화재경보음도 듣지 못하고 집안에 머물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옥상으로 대피해 화를 면했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부실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거짓해명'을 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습니다.
애초 아파트 측 직원이 직접 옥상으로 올라가 잠겨 있던 옥상문을 개방,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는 해명과 달리 옥상문은 자동개폐기의 작동으로 자동개방됐고, 12층 이상 거주민 대피조치도 소방대원이 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발언을 한 아파트 관리소 측은 "잘못 설명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법상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소방관리자를 지정, 소방계획서를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게 돼 있습니다.
소방계획서에는 화재 전파, 초기조치, 대피조치 등의 내용과 구체적인 실행 지침이 담겼지만 야간에 발생한 이번 화재 때 이들 조치를 실행할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화재대응 매뉴얼이 실상과 동떨어지게 작성됐고, 대응조치를 실행할 인력도 없어 유명무실해진 셈입니다.
이에 대해 소방서 측은 "소방서가 소방대응 매뉴얼을 점검해야 하지만 관내 모든 대상을 일일이 찾아가며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점검하기에는 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의 부실대응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번 화재는 주민들의 자체적인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가 적어 입건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13일 밤 11시 53분 광주 서구 쌍촌동의 모 아파트 단지 내 한 개 동 1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불을 낸 A(48)씨와 아내(41)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고, A씨의 자녀(12) 및 이웃주민 9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한밤중 고층 아파트 화재…경비 1명이 알아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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