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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라톤 뺀 간 큰 이란

[취재파일] 마라톤 뺀 간 큰 이란

권종오 기자

작성 2014.09.15 10:33 수정 2014.09.15 13: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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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제17회 대회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열여섯 차례 아시아인의 축제가 치러진 것입니다. 이 가운데 스포츠 전문가들이 최악으로 꼽는 대회는 단연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입니다. 당시 이란의 통치자는 나중에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에 의해 쫓겨난 팔레비 국왕. 군과 비밀경찰을 동원해 독재정치를 펴던 이란 정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텃세 차원을 넘어 황당무계한 횡포를 부렸습니다. 올림픽의 꽃이자 아시안게임에서도 상징적인 종목인 마라톤 경기를 아예 제외한 것입니다.

 마라톤은 아테네와 페르시아가 벌인 전쟁에서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른바 ‘마라톤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1896년 제1회 아테네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이란은 당시 ‘마라톤 전투’에서 패배한 페르시아의 후예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란에서 마라톤은 금기로 간주돼 각종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마라톤을 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개최국 이란이 마라톤과 상극인 것과 마라톤 경기를 실제로 아시안게임에서 제외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란 정부는 마라톤을 제외할 아무런 권리도 명분도 없었지만 당시 아시아 경기연맹(현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개최국 이란의 횡포를 결국 눈감아 주고 말았습니다. 마라톤이 아시안게임에서 제외된 것은 이때가 유일합니다.

 마라톤 제외라는 무리수를 둔 이란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추가하는 이기적인 작태를 보였습니다. 역도와 레슬링이 대표적 예입니다. 역도 경기는 인상, 용상 ,합계 3가지 세부종목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종합대회에서는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상과 용상의 합계로만 시상을 해왔습니다. 즉 1체급에 걸린 금메달은 1개였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국제종합대회로는 전무후무하게 역도 1체급 당 금메달을 3개로 결정했습니다. 각 체급별로 인상, 용상, 합계 3개의 기록을 각각 따로 따져 메달을 수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체급 당 금메달이 당초 1개에서 3개로 3배 늘어나게 됩니다. 전통적인 역도 강국인 이란이 종합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최국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얻겠다는 속셈이었습니다. 레슬링에서도 그레코로만형을 추가해 금메달 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이란의 몰지각한 욕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종목에서 심한 텃세를 부려 다른 나라 선수단으로부터 극도의 원성을 샀습니다. 이란이 '국기'로 여기는 레슬링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라이트 헤비급 결승에서 일본의 사이토가 이란의 스크테사라의 어깨를 매트에 눌렀습니다. 당연히 사이토의 승리가 선언돼야 하는데 주심이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두 선수를 떼어내며 코트 중앙에서 다시 경기를 재개시켰습니다. 결과는 이란 선수의 금메달이었습니다. 이란 관중조차도 심한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한국 사이클도 홈텃세에 호되게 당했습니다. 한국은 도로 사이클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는데 주최측은 대회 코스에서 연습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테헤란 조직위원회는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선수 안전을 위해 연습 주행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단이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니 도로는 멀쩡했고 그곳에서 이란 선수들만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이란의 막무가내식 행태가 극에 이르자 다른 나라 선수단은 "아예 금메달을 마음대로 가져가라"며 분을 삭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테헤란 아시안게임은 정치적으로도 큰 오점을 남긴 대회였습니다. 중공의 등장으로 중화민국(타이완)이 아시안게임에서 축출되어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이 출전하는 경기마다 아랍 국가들과 이에 동조한 중공의 기권으로 파행을 빚었습니다.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이스라엘은 결국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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