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 갑에 4천5백 원…담배 한 개비에 얽힌 사회학

<앵커>

담뱃값이 내년에 대폭 인상되면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흡연자들 간 유대감이 더 끈끈해질 거다, 아니다, 가격이 두 배 넘게 뛰는 만큼 담배 인심이 각박해 질 거다, 예상도 엇갈리고 아예 이번에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담배 한 개비에 얽힌 사회적 변화와 전망, 한승구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새 담배가 출시되는 게 뉴스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한뉴스/1958년 : 국산 필터 담배 아리랑이 생산되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담배 만들기 대회가 열리고.

[대한뉴스/1961년 : 눈부신 선수들의 솜씨는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담뱃갑엔 시대상을 보여주는 각종 광고가 실렸습니다.

[방진철/한국담배민속박물관장 : 70년대만 하더라도 (광고를 실을 만한) 분야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담배 쪽에 이제 광고들을 많이 싣는 거죠.]

군대 훈련 도중 담배 일발 장전이란 구호는 꿀맛 같은 휴식을 의미했습니다.

[이상진/65년째 흡연 : 교육받을 때는 몰려서 교육받잖아. 담배 연기가 한꺼번에 피니까 담배가 이렇게 올라와가지고 이게 모닥불 난 것 같지 뭐에요.]

학연, 지연, 혈연보다 더 끈끈한 게 흡연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직장인 흡연자 : 회사 돌아가는 얘기, 사회 돌아가는 얘기 이런 거 하다 보니까 그런 정보를 얻고 싶어서 일부러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봤어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흡연자는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담배 피우는 가장은 집안은 물론 베란다에서도 쫓겨나 아파트 마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음식점이든, 공공장소든, 길거리든, 흡연자가 설 땅은 좁아졌습니다.

여기다 가격이 배 가까이 뛴다니, 흡연 행태에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한 갑에 4천5백 원, 한 개비에 2백 원이 넘습니다.

사라졌던 이른바 '가치담배' 가 다시 등장할 거란 전망부터 면세 담배, 전자 담배의 매출 증가가 점쳐지기도 합니다.

[직장인 흡연자 : 담뱃값 오른다던데 너 (해외) 나간 김에 좀 사와라, 이참에 전자담배 쪽으로 그냥 아예 옮겨타야 될까 봐 이런 경우들도 주변에 좀 많이 봤고요.]

 4천5백 원이란 가격이 '담배 인심'에 장애물이 될지,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적어도 인상 초기에는 큰 부담을 느끼겠지만,

[직장인 흡연자 : 지금은 뭐 굳이 막 한 개비, 두 개비 빌리고 돈 내놔라, 이런 얘기는 없는데…담배 인심이 좀 팍팍해 지겠죠.]

흡연자 간 유대감은 더 커질 것이란 반대 관측도 있습니다.

[나은영/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분들이 다수가 되다 보니가 소수자의 입장에서 다른 담배 피우시는 분들을 보면 더 동질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연은 이미 대세입니다.

담배로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 담배 피우며 사내 소식을 접한다, 담배 연기로 시름을 덜어낸다, 흡연자가 주장하는 담배를 피워야 하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내세운 강력한 가격 인상 앞에 부질없는 하소연에 불과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신동환, 영상편집 : 김경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