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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이없다"며 정색한 김무성 대표, 국회 세미나실에선 무슨 일이?

[취재파일] "어이없다"며 정색한 김무성 대표, 국회 세미나실에선 무슨 일이?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4.09.13 11:56 수정 2014.09.13 14: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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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로 발칵 뒤집힌 국회 세미나실 가보니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의원실 주제로 토론회가 열립니다. 특정 단체가 주관하는 경우 협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과 당내 유력인사들 순으로 축사가 이어집니다. 행사에 대한 덕담 릴레이가 이어지기 때문에 기사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축사 때문에 국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토론회 제목은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방안>이었습니다. 다분히 학술적으로 보이는 토론회여서 사실 취재를 하러간 기자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뒤늦게 전해 듣고 회의실을 찾았습니다. 씨름협회 관계자들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이미 한참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문제의 시초가 된 발언을 했던 씨름협회장의 표정은 어둡게만 보였습니다. 협회 간부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협회장이 축사를 하면서 가볍게 농담을 던졌는데, 김무성 대표가 그렇게 정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탄식했습니다.

● 씨름협회장 "입씨름보다 실제 씨름으로 문제 해결하면 어떠냐"

협회장의 발언은 평범한 인사말로 시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에 대한 인사로 시작해 씨름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과거에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씨름대회를 했고, 비가 오지 않아도 씨름대회를 했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김해에서는 갈대를 벨 때 씨름을 해서 이기는 쪽이 벤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제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 박승한 대한씨름협회 회장
"아 요즘, 여기 국회의원님들 많이 오셨는데, 입씨름 많이 하시는 것 보다는 실제로 한번 씨름대회를 국회의원님들 몇 분 해서 한번 겨루어서 어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요.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대한씨름협회에서 심판을 보겠습니다."


협회 관계자들은 농담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씨름을 해보자는 취지로 했던 발언이었다고 합니다. 감히(?) 국회 안에서 하는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억울해했습니다.

취파

● 김무성 대표 "면전에서 조롱하는 게 기분 좋은가"

김무성 대표는 미소 띤 얼굴로 단상에 올랐지만, 축사 곳곳에 가시가 돋쳐 있었습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보니까 왕년에 유명했던 씨름선수들이 많이 계신데, 국회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우리 국회 회의장에서 씨름인 여러분들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서 참 기가 막힙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지만 면전에서 우리를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 좋으신지...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씨름은 우리 민족, 씨름 뭐 다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5천 년 전부터 있었던 뭐 벽화에도 그림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우리의 씨름을 중국한테 유네스코 등록 안 해서 뺏기는데 여러분들 뭐 하셨습니까 그동안? 기가 막힌 일인데, 오늘 이 세미나를 계기로 반드시 중국보다 우리가 먼저 우리 고유의 무예인 씨름이 반드시 유네스코 등록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축사만 놓고 보면 기가 막힌다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국회 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조롱했다는 것과 씨름을 유네스코에 등록을 안 해서 뺏기게 생겼는데, 그동안 씨름인들은 뭐했냐는 겁니다. 씨름협회 관계자들 등에 식은땀이 쫙 흐를만한 발언입니다. 유네스코 등록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자는 자리인데, 그동안 당신들 뭐했냐는 질책이 나온 겁니다. 축사를 듣고자했던 씨름협회 관계자들은 회초리만 맞은 셈입니다.

취파

● 이인제 최고위원 "스모는 돼지 사육하듯이 살을 찌워서"

축사만 놓고 보면 토론회장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이 뒤이어 한 발언도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일본의 스모를 보면, 굉장히 잘나가고 있는데 일본 스모보다 우리 씨름이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명쾌하고 혼이 살아 있는 씨름인데, 일본 스모는 돼지 사육하듯이 살을 잔뜩 찌워서 오래 살지도 못한다고..굉장히 비인간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런 씨름은 번창하고 우리 민속 씨름이 슬럼프에 빠졌는지...우리 국회가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최고위원의 발언 취지는 우리 씨름이 세계에 제대로 알려졌으면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운동을 폄훼하면서까지 우리 씨름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할 말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여당 대표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 필요할 때

다시 김무성 대표의 발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요즘 김 대표의 심정은 누구보다 초조할 겁니다. 여당 대표로서 최장 기간 국회 공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 유쾌할 리 없습니다. 여야가 만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도 누구보다 싫을 겁니다. 대표로 역할을 하고 싶지만, 야당은 당 대표도 없는 상태입니다. 의욕적으로 취임한 뒤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반응이 예민하게 나왔을 법 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윤 일병 사건을 접하자마자 휴일 국방장관을 불러 책상을 내려치며 질책했습니다. "군에 갔다가 천인공노할 이런 일을 당했다,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고 했던 발언은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책상을 치면서 한 발언 때문에 윤 일병 사건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데 도움이 됐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 대표가 정색하는 모습은 윤 일병 사건에 분노하며 책상을 내려칠 때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국민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은 외부 자극에 이렇게 즉각적이고 짜증스러운 반응을 내놓는 건 아닐 겁니다. 오히려 씨름협회장의 발언에 조만간 국회를 정상화시켜놓고, 여야가 친선 씨름대회라도 열어 단합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면 그게 더 김무성 대표답다는 평가를 들었을 거 같습니다. 안 그래도 팍팍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많은 국민들이 여당 대표의 정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 마음이 불편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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