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600억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피해가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횡령·배임·조세포탈 공소사실 가운데 비자금 조성 등 1천억원에 가까운 범죄혐의 액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1심보다 형량을 감경해줬지만 범행이 중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택해 엄벌 의지를 드러냈다.
◇ 1년 감형에도 실형은 유지 = 항소심 재판부가 이 회장의 형량을 징역 4년에서 3년으로 줄인 것은 범죄 액수의 많은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 액수 1천657억원 가운데 675억원만 유죄로 판단했다.
해외 계열사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가장해 챙긴 115억원과 배임 309억원, 조세포탈 251억원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을 받았다.
횡령·배임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회장의 범죄액에 대한 권고 형량은 징역 2년8월∼12년2월이다.
양형기준상 최하한 형이 징역 2년 8월이지만 재판부는 1심보다 1년만 감형한 징역 3년의 실형을 택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포탈세액을 뒤늦게 납부한 점 등은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해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포탈세액을 납부하고 피해를 모두 회복한 점이 양형상 중요한 고려 요소인 것은 분명하나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이후에 행한 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회장의 범죄행위는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회사 제도를 몰락시키는 것이며,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개인 소비 자금을 충족시키고 자산 증식을 꾀한 점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과거 재벌 총수 판결은 어땠나 = 재벌 총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2012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선고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재벌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횡령·배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지르고도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2년 2월 서부지법은 재판 중 간암 수술을 받았던 이호진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도 이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1심 선고 당시 84세의 고령이던 모친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이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의 경우 징역 4년형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돼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LIG그룹 비리 사건에서는 구자원(78) LIG그룹 회장이 78세의 고령에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었다.
2009년 도입된 횡령·배임 범죄의 양형기준에서 과거 재벌 판결문에 빠지지 않았고 등장했던 경제발전 기여 항목이 제외됐고, 개별 재판부도 양형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판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J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재벌 사례 가운데 김승연 회장 사건을 눈여겨볼 수 있다.
수천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배임액수가 줄어들고 피해액도 변제된 점이 참작돼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았다.
1심과 2심의 형량은 물론, 징역 3년으로 집행유예 조건을 채웠는데도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이 회장 사건과 같다.
김 회장의 경우 대법원에서 일부 배임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다.
이 회장으로서도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를 이끌어낸 뒤 파기환송심을 통해 집행유예를 노리는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재현 CJ회장 '비자금 조성' 무죄에도 실형 못피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