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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민심 회초리 맞은 국회, 추석 이후 전망은?

닷새 간의 추석 연휴가 오늘(10일) 마무리됩니다. 올 정기국회가 지난 1일 시작됐지만 여야는 철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중단된 지 오래고, 언제 국정감사를 하고 예산심의를 할지 의사일정 조차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벌써 곧 9월 중순입니다.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여야가 추석 이후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추석 이후 지켜봐야 할 정치권 현안을 짚어봤습니다.

① 세월호 특별법은 어디로?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잇단 회동으로 한때 타결 분위기가 고조됐던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제자리 걸음입니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유가족 대표의 3차 회동이 고성 끝에 30분 만에 결렬된 이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습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가족 주장과, 특검추천위 여당측 위원을 야당-유가족 동의를 거쳐 선정하겠다는 여야 재합의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여당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여-야-유가족 사이에 추석 전 타결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결론은 추석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정국에 추석 직전 작은 변화 조짐이 있었습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겁니다. 두 원내대표는 만난 사실은 공개했지만,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월호 특별법과 정기국회 정상화와 관련한 양측의 입장을 주고받았을 걸로 추정될 뿐입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의 합의를 두 차례 번복했고, 정국 파행의 단초를 제공하긴 했지만 정국 파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론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타협과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힘 있는 여당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리 헌정사를 보면 여야가 입법 갈등이 있을 때 문제는 여당이 풀었다. 여당이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을 분리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던 만큼 야당도 추석 전과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② 15일 본회의 93개 법안 처리하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석 연휴 직전 여야에 공개 서한을 보내 "추석 연휴 직후 신속히 본회의를 열어 이미 부의 중인 91개 법안과 안건(도합 93개)을 처리해야 하고, 아울러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19대 후반기 국회가 넉 달 넘게 법안 처리 '0'건 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만큼 이를 타개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다음주 월요일인 15일에 본회의를 열어 안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통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15일 본회의 법안 처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새누리당은 '의사일정의 작성은 국회 운영위와 협의를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의장이 결정한다'는 국회법 76조를 들어 의장의 직권 상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의사 일정을 정하는 것과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별개 사안이라며 국회법상으로도 의장의 직권상정은 맞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③ 꽉 막힌 정국 풀 열쇠는 어디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민생과 경제 현안에 대해서만 언급해왔습니다. 아이스버킷 행사에 참여하면서 얼음물을 끼얹기도 했고, 연찬회에 가서 의원들을 호통치며 혁신안을 설파하기도 했지만, 꽉 막힌 정국을 푸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벤트로만 기억된 1달 반이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저쪽(새정치연합)에 당대표가 있으면 그래도 서로 물밑 대화 하고 의견을 얘기하면 좋은데 저긴 당 대표도 없다"며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카운터파트는 이완구 대표여서 따로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법안 협상 자체가 원내대표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김 대표로선 원내 협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출범 1달 반 정도된 신임 대표로서 청와대와 긴밀히 협의해 대처하고 있는 원내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하고, 대선까지 시간이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벌써 청와대를 치받는 모습을 보일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길어질수록 김 대표 나아가 여권 전체의 정치력 부재가 지적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추석 이후에도 파행이 계속될 경우 김 대표가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되는 이윱니다. 김 대표의 역할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청와대의 입장입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와 교감 아래 세월호 특별법 등 협상에 대처하고 있는 만큼, 이 국면을 풀어나가기 위한 청와대의 선택이  추석 이후 정국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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