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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온난화 멈췄나?

[취재파일] 지구온난화 멈췄나?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이제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돌이켜 보면 지난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은 없었다. 지난 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3.8℃로 평년 25.1℃보다 1.3℃나 낮았다. 여름철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겨울철에도 이상 난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3~4년 동안에는 북극한파가 찾아오면서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나고 겨울이 길어지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는 있는 것일까? 지구 기온은 예상대로 상승하고 있는 것일까?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급격하게 상승하던 지구 기온의 상승 속도가 꺾인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급격하게 올라가던 지구 평균 기온이 1998년 이후 15년 이상 거의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전 지구 평균 기온 추이를 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구 기온이 제 자리 걸음하는 현상을‘지구온난화 정지(Global Warming Pause)' 또는 '지구온난화 멈춤(Global Warming Hiatus)'이라고 부른다.

취파
< 그림 설명 : 전 지구 평균 기온 추이, 자료:NOAA >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혹시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걱정거리로 대두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은 아닐까? 아래 그림은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대표하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농도 분포 곡선(The Keeling Curve)을 나타낸다(자료: 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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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자료: 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절에 따라 변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지속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곧 400ppm을 돌파할 추세다. 온실가스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구 평균 기온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혹 지구온난화가 멈춘 것일까? 15년 이상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제 자리 걸음을 하자 지구온난화 주장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그동안 기후학자들이 주장하는 지구온난화의 근거가 약해졌다고 들고 일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온난화 정지의 원인을 설명하는 2편의 논문이 잇따라 발표됐다. 먼저 캐나다 맥길(McGill)대학 연구팀은 지난 1998년 이후 전 지구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통계적으로 봤을 때 자연적인 변동의 결과라고 설명했다(Lovejoy, 2014). 산업화 이전처럼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던 시기에도 지구 평균 기온이 20~50년을 주기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했는데 최근 기온 상승이 멈춘 것은 이런 자연적인 변동에서 지금이 바로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자연적인 변동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요즘이 지구 평균 기온이 0.28~0.37℃ 정도 떨어지는 시기에 해당되는데 이런 냉각효과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상승하는 기온을 상쇄시켜 결과적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고 제 자리 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스위스 연구팀은 최근의 지구온난화 정지 원인을 좀 더 다양한 면에서 분석했다(Huber and Knutti, 2014). 스위스 연구팀도 캐나다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로 든 원인은 기온의 자연적인 변동이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없더라도 일정 범위 안에서 기온이 자연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온의 자연적인 변동은 엘니뇨와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실제로 지난 1998년 발생한 20세기 최강의 엘니뇨와 이후 여러 차례 발생한 크고 작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2012년까지 지구적으로 0.06℃의 냉각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위스 연구팀이 두 번째로 든 원인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에 관한 것이다. 태양 흑점활동은 약 11년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하는데 최근에는 태양 흑점활동이 약한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서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에서 발생한 화산처럼 화산 활동으로 성층권에 화산 입자(에어로졸)가 증가하면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일부 차단돼 기온 상승이 억제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태양활동의 약화와 성층권의 화산 입자로 인한 냉각효과가 0.07℃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위스 연구팀이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지구 평균기온을 산출하는 자료의 문제점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각 지역의 관측소에서 측정한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최근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북극에는 관측소가 거의 없어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북극의 고온현상이 지구 평균 기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지구 기온 상승이 둔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기후예측 모형이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 태양의 흑점활동 약화나 성층권의 화산 입자로 인한 태양 에너지 감소 등을 고려할 경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구 평균 기온과 기후 예측 모형의 예측 결과가 매우 비슷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구구한 변병으로 들릴지 모른다. 당초 지구온난화를 주장했던 사람들도 알고 있듯이 현재 지구온난화 이론에는 아직도 허점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의 지구온난화 정지 현상은 지구온난화 이론에 불확실성이 많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론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자연변동이나 태양 흑점활동 약화, 화산폭발 영향 등으로 지구온난화 영향이 잠시 가려져 있지만 지금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할 때 전 지구 기온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고문헌>

* Lovejoy S., 2014 : Return periods of global climate fluctuations and the paus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published online July 14, 2014. DOI: 10.1002/2014GL060478.

* Huber M. and R. Knutti, 2014: Natural variability, radiative forcing and climate response in the recent hiatus reconciled. Nature Geoscience, published online August 17, 2014. DOI:10.1038/NGO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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