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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톡 정치', 여의도를 점령하다

 "전국에 전파되는데 6시간이면 충분"…'카톡 찌라시'의 위력

"초기 인터넷 시절 화제의 소식이 통해 전국에 전파되는데 6개월이 걸렸는데, 지금 카톡으로 전파된다면 6시간이면 충분하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 IT업계 임원이 사석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말입니다. 카카오톡의 전파 속도는 그만큼 무섭습니다. 대중의 관심 사안이라면 몇 시간 만에 카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용을 접합니다. 링크나 내용을 간단히 복사하면 전달이 가능해 편한 데다, 대화방 형태의 사적 공간을 통하기 때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외부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귀가 솔깃한 이른바 '카톡 찌라시'는 남들은 모르는 진짜 비밀 정보를 접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방송이나 신문에는 안 나오는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빛의 속도로 전파가 되기는 하는데, 사실 누구도 확인해주지는 않습니다.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의도치 않게 이른바 '카톡 찌라시'를 통해 '묻지 마' 미디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카톡 찌라시'라는 유령과 싸우는 여야

* OOO 의원 관련, 검찰 동향 보고
* OOO 총리 후보자 불가 3대 사유
* 친박 최고위 입성 목표 구도
* OOO 의원 당권 도전 뜻 보인다
* OOO 의원, 공개 일정 줄줄이 취소하고 잠행하는 이유는

카톡 정치
최근 들어 국회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받아본 일부 정치권 카톡 찌라시의 제목입니다. 신문 기사 비슷한 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역학관계나 구도를 실명으로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게 특징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자들이 쓰기에는 소송에 걸리기 딱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얘기이거나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얘기라고 의심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수상한 카톡에 오른 당사자들은 불쾌하기 짝이 없을 겁니다.

지난달 25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는 여야가 카톡 유언비어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하기도 했습니다. 단식 투쟁을 벌였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가정사를 둘러싼 출처불명의 메시지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카톡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야당이 유언비어 유포자의 한 명으로 지목했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공당의 원내대표가 오히려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방은 결국 정치권도 카톡 찌라시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정보의 생산자가 언론사라고 하면 언론중재위를 이용하거나 소송이라도 하겠지만, 카톡 찌라시와 싸우는 건 유령과 싸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상대편이 누군지도 모르고, 어떻게 진화해야할지도 몰라, 너무 황당한 얘기가 나오면 기자회견을 열고 일단 반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홍문종 미방위원장 "속수무책…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어 자괴감"

홍문종
최근 카톡 찌라시 설화에 올랐던 인물이 홍문종 새누리당 소속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입니다. 이미 지난 4월, 검찰 동향보고를 가장한 괴문건이 카톡으로 돌았는데, 출처와 내용의 진위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검찰이 여러 가지 혐의 내용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거였는데, 생뚱맞게도 근거없는 사생활 문제까지 거론돼 있었습니다. 홍 위원장은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허위 사실 유포자와 경위 등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 위원장은 카톡 찌라시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봤다고 연락은 해주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명해야할지 난감하다는 겁니다. 일일이 붙잡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언론에 보도가 된 것도 아닌데 기자회견을 먼저 하기도 고민 거리라는 얘기입니다. 당장 법적인 조치를 하기는 했지만, 수사 속도는 더디고, 근거 없는 메시지는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뒤였습니다. 뒤에서 숨어서 누군가 돌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자신도 무력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수평적인 의사 결정 구조 형성"…“모바일 민주주의 가능성“

'카톡 찌라시'만 놓고 보면 부작용이 더 두드러져 보이지만, 대화방에서 오가는 소통을 놓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소속의원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마음 맞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4, 5명씩 소규모 카톡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전략을 수립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광속으로 유통되는 소식만큼 소통도 빨라지고 그만큼 의사 결정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역구 민심을 전하는 데도 이만한 소통 창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과거에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려면 사발통문을 돌리고, 일일이 전화나 대면 접촉을 통해 의중을 파악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모바일을 통한 민주주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평가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전병헌 의원 "소수의 강경파들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

전병헌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전병헌 의원은 카톡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를 직접 경험한 인물입니다. 카톡방에 오가는 긍정적인 의견교환과 강경파들의 성토를 다 겪어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의원은 카톡 정치의 가능성에 공감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그의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카톡 대화방은 기본적으로 동일집단 내의 소통 창구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의사 결정이나 공유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는 겁니다.

새정치연합 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대화방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의 방이라고 하더라도 늘 말하는 사람들만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강경한 소수에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로 야당이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데는 카톡방에서 벌어지는 선명성 경쟁에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현실이 된 '카톡 정치'…결국 정치권의 소통 문제

카톡 정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진 카카오톡 정치는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정치의 중요한 큰 축이 됐습니다. 정치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카톡 정치가 여의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가 만들어낸 괴소문은 여의도 일대에 떠돌 것이고, 동료 의원들 간의 카톡방에서는 끊임없이 의견이 오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왕 정치적인 툴로 자리 잡은 만큼 음모론이 자라지 못하게 정치권이 더 투명해지고 당당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카톡 정치가 흉기가 되느냐 도구가 되느냐는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SBS 8뉴스] 세월호법도 '카톡 공방'…'카톡 정치'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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