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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성 적자' 공기업, 사장실은 '교실 4개' 크기

[취재파일] '만성 적자' 공기업, 사장실은 '교실 4개' 크기
지난해 처음 본 장관실의 첫 인상은 ‘역시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서실 옆에는 10명이 넘는 사람이 회의가 가능한 접견실이 있었고, 또 그 안에 장관의 집무실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각종 외부행사가 많은 장관이 접견실에서 얼마나 많은 모임을 가질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혼자 쓰는 집무실이 그렇게 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지만 3년 넘게 사회부에서 봐왔던 경찰 서장실과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실과 비교해 장관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17개 밖에 안 되는 행정부처의 수장이 이 정도 사무실은 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이전하는 공기업들이 장관실보다 2배가량 큰 사무실을 짓고 있다.’

평소 잘 아는 한 국회 비서관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장관실이 떠올랐습니다. 수치로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장관실 2개를 이어붙인 사무실을 사실상 기관장 혼자 사용한다면 그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자료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내년에 경주로 본사를 이전할 예정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실은 313 제곱미터, 다음 달에 이전할 예정인 한국석유공사의 사장실은 302 제곱미터였습니다. 30~40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중고등학교 교실이 대략 66 제곱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교실 4개를 합친 것보다 공기업 사장실이 더 큰 셈이었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역시 넓다고 생각했던’ 장관실은 저리가라였습니다. 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신사옥은 비서실과 접견실, 집무실을 합친 사장실이 257.53 제곱미터였는데 대리석으로 꾸며진 개인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인근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신사옥 사장실은 무려 283 제곱미터나 됐지요. 특히,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경우 아직 건물에 입주한다는 업체가 없어서 절반 가까이가 빈 사무실이었습니다.
사전에 입주 희망 업체에 대한 조사를 허술히 한 탓이지요.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이사장실이 너무 크지 않냐”고 지적하자 “조금 작게 나오게 편집을 잘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공기업들이 이렇게 사장실을 크게 늘린 것은 규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2007년 만든 ‘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립지침’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즉 행정부처의 경우는 사무실 크기에 제한을 두지만 공기업들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규제에 따르면, 장관실은 165 제곱미터를 넘을 수 없습니다. 실제 현재 17개 부처 장관실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해양수산부가 규정보다 4 제곱미터 크고, 나머지 부처는 모두 165 제곱미터 이하의 사무실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업의 경우는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장관실보다 2배 가까운 사장실을 만들어도 상관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관장실이 313 제곱미터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서가 많고 워낙 업무 범위가 넓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어서 회의가 잦아 기관장실이 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실에는 기관장과 비서를 포함해 모두 7명이 근무합니다. 설계도를 살펴보면 이미 사장실이 있는 층에 5개가 넘는 다른 접견실이 있고, 중앙에는 라운지까지 있습니다. 다른 층에는 대회의실까지 갖추고 있었지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층이나 회의실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사장실이 200 제곱미터가 넘는 공기업들의 사장실 상주 인원은 적게는 3명 많아야 7명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이전과 동시에 사장실을 크게 늘리는 공기업들의 부채 수준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20조 원의 자본을 가진 한수원의 경우 26조 원의 부채를 갖고 있고 자본규모 8조원인 한국가스공사는 무려 32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부채는 감안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임원이 되면 이렇게 거대한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며 사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해도 역시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기업이라면 최소한의 비용 절감 노력은 보여야 할 것입니다. 공기업 사장실도 크기에 제한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또 시급한 일입니다.   


▶ 공기업 사장실, 교실 4개 크기…'커도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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