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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택시만 골라 '쾅'…택시 노린 보험사기 기승 왜?

[취재파일] 택시만 골라 '쾅'…택시 노린 보험사기 기승 왜?
● 금감원, 올 상반기 보험사기 혐의자 4만여 명 적발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2,869억원(4만 여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금액은 11% 증가했지만, 인원은 3%가량 줄었습니다.  보험사기 유형을 보면 자동차 관련 보험사기가 대부분입니다. 금액기준으로 전체의 52%, 인원기준으로는 무려 7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금감원이 이렇게 많은 보험사기를 적발할 수 있었던 데는 민간 손해보험사와 연계된 첨단 보험사기 인지시스템 덕분입니다.  이 시스템은 보험금을 타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물망 분석을 통해 보험사기 혐의를 가립니다. 웬만한 보험사기는 이 시스템을 통해 적발되고 수사기관에 통보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적발하지 못하는 큰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바로 택시들의 보험사 역할을 하는 택시공제조합입니다.

● 회사택시 노린 보험사기 급증…외제차로 택시 고의 충돌

택시가 보험사기의 주범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택시, 특히 회사 택시가 고가의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택시공제조합 서울지부 통계를 보면 외제차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2010년 75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03억 원으로 37%가량 급증했습니다. 외제 차량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회사 택시만을 골라 보험사기를 벌이는 전문 사기범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적발된 강 모 씨의 경우 BMW와 인피니티 등 고가의 외제차 3대를 번갈아 몰고 다니며 회사 택시만을 골라 8차례나 고의로 충돌 사고를 냈습니다.  차선을 변경하는 택시를 보면 속력을 내 부딪히는 수법을 썼습니다. 강 씨가 택시회사와 공제조합으로부터 2년간 타낸 보험금은 6천7백만 원으로 차량 수리비와 렌트비 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실제로 차량을 고치지 않거나 저가의 수리업체에 맡기고 보험금을 챙겼습니다. 강 씨 뿐만 아니라 전국택시공제조합이 최근 적발한 보험사기 혐의 사고만 55차례로 이들에게 지급된 보험금만 3억 원이 넘습니다.

● 회사택시 보험료 할증체계 약점 악용해 보험사기

회사 택시가 보험사기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회사 택시의 경우 공제조합에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사고가 많아지면 조합에 내는 보험료가 올라갑니다. 사고 차량의 보험료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해당 택시회사가 보유한 택시 전체의 보험료가 올라갑니다. 때문에 사고 1건만 나도 수천만 원~수억 원 가량의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는 겁니다. 사기범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택시기사나 회사와 개별 협상해 현금으로 받아 챙기는 수법을 썼습니다. 지능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택시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점을 이용합니다. 회사 택시 기사들은 큰 사고를 내면 회사를 떠나기 십상입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힘든 원인입니다. 외제차가 급차선 변경을 해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낸 한 택시 운전기사는 “피해를 당했는데도 단순히 외제차라는 이유만으로 보상금을 많이 주는 것은 불합리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자신이 피해자인데도 생계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가야하는 경우다 다반사라고 털어놨습니다.

● 택시공제조합, 금감원 보험사기 적발시스템에 빠져있어

택시가 표적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금감원의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에 택시공제조합이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제조합은 말 그대로 택시만을 위한 보험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감원과 연계돼 있는 민간 손해보험사와 완전히 별개의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료 책정이나 보험금 지급도 조합의 자체 규정을 따릅니다. 촘촘한 그물망 분석을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금융당국과 달리 공제조합은 이런 적발 시스템이 없습니다. 결국 전문 사기범들이 공제조합으로부터 아무리 많은 보험금을 타내도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험금 누수가 급증하자 택시공제조합은 보험사기 전담팀을 만들어 사기 혐의자를 가려내고 있지만 수작업으로 일일이 분석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금융당국과의 공조가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병일 전국택시공제조합 서울지부 대물보상팀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자동차 보험사기를 조사할 때 택시공제조합 건들은 모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숨을 털어놨습니다. 문 팀장은 직원 두 명이 몇 개월 동한 한건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우도 많아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보험금 지출 많아지면 택시 요금 인상 빌미…관련기관 대책마련 시급

택시가 보험사기범의 타킷이라는 사실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많아져 회사 택시가 내는 보험료가 올라가면 택시요금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승을 부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미한 질병, 상해에도 병원에 드러눕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추셉니다. 보험사기가 급증해 보험금 누수가 많아지면 선량한 사람들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택시를 노린 보험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애꿎은 시민들에게 요금인상이라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택시공제조합 등 관련 정부부처의 공조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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