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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이집트에서 '동성 결혼 동영상' 논란…동성애 죄악일까?

[월드리포트] 이집트에서 '동성 결혼 동영상' 논란…동성애 죄악일까?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4.09.09 17: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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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이집트에서 동성 결혼 동영상 논란…동성애 죄악일까?
한국이 동성애자가 살기 좋은 나라 가운데 69위에 올랐다는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 발표가 있었습니다. 12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네덜란드가 가장 동성애자가 살기 좋은 나라로 나타났다는군요. 최하위는 세네갈이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내고 있는 중동 지역의 순위는 어떨까, 했는데 역시나, 조사에서 제외됐더군요.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일 테니….

제가 있는 이집트도 역시 이슬람 국가입니다. 이슬람에서는 종교와 사회, 전통에서 금기시하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나 담게 하는 것조차 모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알라를 폄하하거나 코란의 내용을 부정하거나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서 금지하는, 예를 들어 ‘동성애’라는 단어 같은 것을 언급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슬람이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것은 코란에 나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성경과 똑같은 내용인데 많이 알려진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코란에는 단지 소돔과 고모라라는 지명이 나오지 않을 뿐 그 왕국이 살인과 강도, 동성애로 부패해졌고 결국엔 신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멸망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만큼 동성애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죄악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때문에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는 동성애자는 그 지역의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서 떨어뜨리는 형벌을 주도록 나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제가 마이크를 들고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인터뷰를 요청하면 욕부터 해댈 것이라는 게 SBS 카이로 지국에서 함께 일하는 현지 직원들의 말입니다.

이런 이집트가 최근 ‘동성애’ 논란으로 뒤숭숭합니다. 유튜브에 퍼진 한 영상 때문입니다. 어느 한밤 나일 강의 한 조그만 유람선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말쑥하게 파티복을 차려 입은 두 남성이 있습니다. 좀 더 키가 큰 남성이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그 안에 있던 반지를 다른 남성의 손가락에 끼워줍니다. 반지를 받은 남성은 감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입니다.

주변의 친구들(모두 남성이었습니다)은 박수를 치고 불꽃 폭죽을 터트리며 축하를 건넵니다. 두 남성이 이내 서로 포옹하더니 입맞춤까지 합니다. (이집트에선 남성들끼리도 인사로 가볍게 볼에 키스를 하기도 하지만 이번 것은 제가 보기엔 키스였습니다) 이어서 카메라가 두 남성 앞에 놓인 커다란 케이크를 비추는 것으로 동영상은 끝납니다. 그 케이크 위에는 두 남성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글이 뭘 묘사한 것 같습니까? 저는 결혼식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이 동영상이 어떻게 유튜브까지 올라왔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이 문제를 앞다퉈 다뤘습니다.

한 뉴스프로그램에선 당사자를 찾아내 전화 연결까지 했더군요. 당사자는 오해라고 말하더군요. 단지 생일 파티였고 생일 선물로 반지를 받았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그 동영상과 보도 때문에 친구들이 절교를 선언하고 가족들까지 자신을 외면하면서 집밖에는 아예 나가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안 믿더군요. 급기야 이집트 경찰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이집트를 포함한 이슬람권에서 동성애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1년, 이집트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수백 명의 경찰이 나일 강의 한 유람선을 급습합니다. 파티를 벌이던 사람들 가운데 남녀의 짝이 맞지 않는 60명의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해 그중 52명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합니다. 해당 유람선의 이름을 따 ‘Queen Boat’ 또는 구속한 52명을 따서 ‘Cairo 52’로 불리는 나름 중동에선 유명한 사건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집트 법에는 동성애에 관한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검찰은 이들에게 ‘매춘법’ 위반을 적용했습니다. 풍기문란과 더불어 종교에 대한 모독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사건은 이들이 적게는 벌금형에서 많게는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법적 처벌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징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에선 이들 52명의 실명과 사진, 직업을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당사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이집트 사회에서 아예 매장을 시켜버린 겁니다. 법보다 무서운 게 관습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입니다. 재판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기소된 사람들이 눈만 보이게 구멍을 뚫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재판을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들 역시 사회적 질타가 더 두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집트보다 이슬람 율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동성애를 강하게 억압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2005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10대 소년 2명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교수형을 시켜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지난해에도 4명의 동성애자의 목을 매달았습니다. 엄격한 샤리아 율법을 적용하는 사우디는 아예 동성애에 대해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해놨습니다.  동성애자에게 징역 3년에 태형 450대의 처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단에선 영화에서 동성애자를 연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 배우에게 100대의 태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동성애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선 여성 간의 동성애보다 남성 간의 동성애가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성 정체성 문제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성 간 결혼을 하기 위해선 남성이 여성의 집안에 많은 지참금을 내야 하는 관습도 남성간 동성애가 더 많은 이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이 많은 남성이야 부인을 4명까지 두기도 하지만 돈이 없으면 평생 결혼도 못 하고 홀로 살아야 한다는 뜻도 거든요. 지참금은 개인차가 분명하지만 대체로 1년 간 자신이 버는 금액 정도는 되더군요.

대부분 이슬람 국가에선 샤리아에 따라 동성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사회적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온건파 위주로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온건 성향의 이슬람 성직자들은 동성애는 알라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이슬람의 핵심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동성애를 인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집트 역시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에 대한 심의를 통과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내용은 동성애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저는 동성애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아닙니다. 실제로 동성애에 관한 추세적 변화만 알고 있지 깊게 알지도 못합니다. 다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슬람 지역에서 종교가 윤리이고 곧 법을 지배하는 영향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동성애자를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도 인간이고 존엄성을 갖춘 인격체니까요. 당연히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슬람에선 동성애에 대한 처벌만 있지 이들의 인권을 배려하는 움직임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동성애를 혐오하고 금지하는 건 엄밀히 말해 종교적 부산물이 아닐까요? 인간이 먼저일까요, 신이 먼저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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