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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외 입양인들에게 우리사회가 진 빚

'국내 입양'은 차선책…'미혼모(친부모) 지원 강화'가 최선책

[취재파일] 해외 입양인들에게 우리사회가 진 빚
90년대 초 우리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던 입양인의 이름이 있습니다. 수잔 브링크입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생활고를 겪던 어머니에 의해 1966년 스웨덴으로 입양 보내졌다고 합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다른 생김새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 양어머니와의 갈등 등으로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고 수 차례 자살시도까지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한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40년 넘게 우리사회가 눈 감고 있던 해외 입양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그녀에 대한 관심은 시간과 함께 사그라져 갔고, 2009년 어느 날 그녀가 46살의 나이로 암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습니다.

지지난 주와 지난주 한 해외입양인단체에서 주최한 ‘해외 입양인 한국 방문 행사’에 동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총 스무 명이었는데,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모두 입양된 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닷새에 걸쳐 그들의 일정을 함께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뉴스에서 소개했습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은 16만 5천 명이 넘고, 그들이 친부모와 이 땅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한 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현재 진행형 화두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사회 입양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외 입양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국내 입양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00년대 이전에는 해외 입양이 전체 입양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국내 입양 아동의 수가 처음으로 해외 입양 아동의 수를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입양 아동 4명 중 3명이 국내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공개입양 뉴스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던 입양은 이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아에 대한 선호, 장애아에 대한 외면, 특례법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감소한 입양 건수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입양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자녀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입양 문제는 미혼모 문제와 따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입양은 해외 입양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그래도 차선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친모(혹은 친부)가 자녀를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선입니다.

부모와의 단절이나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서 혹은 미래의 경제적 궁핍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여전히 많은 미혼모가 아이 양육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미혼모, 미혼모자 가정을 향해 편견 가득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전히 미혼모자 가정의 자립에 필요한 지원체계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습니다.

미혼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지원책은 도외시한 채 정부가 입양만 장려한다면 그것은 미혼모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과 복지에 써야 할 당연한 비용을 치르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가장 돈이 덜 드는 방법으로’ 그러나 ‘미혼모와 그 자녀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방법으로’ 미혼모자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해외 입양이 수출산업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고, 실제로 우리사회가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과거사는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미혼모의 임신 배경이 무엇이든, 출산을 하고 아이를 스스로 양육하기로 마음 먹기까지의 과정에는 용기와 책임감, 깊은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아이가 입양 대상이 되기 전에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곽상은 기자 리포트] 30년 만에 고국 찾은 입양인 "어머니와 나라 모두 잃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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