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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내 문법만…말 못하는 학교 영어교육

<앵커>

"외국에 나갔을 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영어교육을 하면 된다" 최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능 영어시험에 절대 평가제를 도입하겠다며 말한 내용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전문가 수준의 어려운 영어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쉬운 영어만 배우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 학생들의 영어 수업 현장은 어떨까요?

김광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중학교 3학년 영어 수업 시간입니다.

교사는 동사의 종류와 문장의 형식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데, 수업시간 내내 문법 설명만 이어집니다.

영어 수업시간에 정작 영어로 말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겁니다.

[고교 1학년생 :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말 하시고 저희는 그걸 받아적는 식으로만 하기 때문에 회화는 늘지 않죠.]

정부는 4년 전 원어민 보조교사 수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한때 거의 모든 학교에 1명씩 배치됐던 원어민 교사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특히, 중·고등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2012년부터 무상 급식과 보육 예산을 늘리면서 원어민 교사 인건비를 대폭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 담당자 : 심의하는 기관에서 예산을 감축하니까 갑작스럽게… 워낙 다른데에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니까.]

학교 영어 회화 교육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무엇보다 수능의 영향이 큽니다.

수능이 독해와 문법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능 영어가 EBS 교재와 70% 이상 연계돼 출제되는데, 독해 시간을 줄이려고 한글 번역 지문만 외우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현직 고교 영어교사 : (EBS 교재) 지문이 수능에 그대로 나오니까 (번역을 외우면) 문제를 푸는데 용이한 거죠. 그야말로 문제풀이죠. 영어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정작 중요한 것은 수능 영어 시험을 상대평가 또는 절대평가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은 꼭 다문 채 문법과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는 수업이 아니라 의사소통이 중심이 되고, 사교육이 아니라 학교가 영어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공교육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이병주, 영상편집 :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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